| 뉴스기사, 사실은/친미비중(親美非中)

[한겨레] [정의길 칼럼] ‘전범국’ 미·중이 만드는 G-제로 시대

Jacob, Kim 2020. 5. 20. 20:04

 

 

 

 

 

2020년 4월 27일자

 

 

 

 

[칼럼 전문]

 

 

 

 

미·중은 코로나19 대전의 패전 ‘전범국’이 되어, G-제로 시대를 만들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에 김정은 유고설만 떠도는 현실은 G-제로 시대의 공백을 보여준다.

한국에는 그런 공백을 채워야 할 위기이자 기회이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싸움에서 패자이다. 아니, 패전한 ‘전범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발을 은폐하다가 전세계로 확산시켰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과소평가하다 최대 확산국이 됐다. 두 거대 국가는 인류에게 ‘코로나19 대전’을 야기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는G-제로 시대로 바뀌었다. 코로나19는 중국에 대한 의심을, 미국에 대한 회의를 확인시켰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제시한G-제로 시대가 10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다.G-제로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패전한 전범국은 있지만, 전쟁 이후를 주도할 승전국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패전한 전범국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상실되는 패권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G2 체제의 미-중 대결보다,G-제로 시대의 미-중 충돌이 더 격렬해지는 조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시작한 양국 무역전쟁의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며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이 아니라 모두가 손해인 ‘루즈루즈’(lose-lose) 게임으로 변하고 있다. 두 나라는 자신의 손실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마이너스 제로섬 게임을 벌이려 한다. 미-중 무역전쟁은 2018년 7월8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상품에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시작돼, 올해 1월15일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하며 일단락됐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확산은 미-중 무역협정이 타결된 지난 1월15일부터 본격화돼, 협정의 효과를 완전히 증발시켰다. 무역전쟁으로 이미 훼손되기 시작한 ‘미국 설계-중국 제조’라는 국제 분업체계는 이제 그 위험성을 노정한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인 중국이 관련 의료 및 방역장비 생산을 거의 독점하는 역설에서 드러난다. 최근 한달간 중국의 의료물자 수출은 102억위안(1조7743억원)이다.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은 중국 의료·방역장비를 구걸하고, 낮은 품질에 또 분통을 터뜨린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이나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는 이런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자국 경제나 세계 경제를 위해 자명해졌다.

코로나19는 트럼프의 재선 무기이던 중국과의 무역협정 효과를 증발시킨데다, 재선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오는 11월 재선의 승부처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들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플로리다 등 6개 주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대로라면, 11월 선거 때 트럼프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도 무너질 것으로 본다.

이런 트럼프에게 중국 때리기는 여전히 최고의 재선 전략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미국인의 57%는 중국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공화당원은 68%, 민주당원은 62%가 중국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를 강화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균열이 커진다. 바이든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의 지지층은 중국 때리기를 통한 리쇼어링을 적극 지지하는 쪽이다. 미국의 지정학자 월터 러셀 미드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트럼프에게 반중국 캠페인은 또 한번의 4년간 권력을 향한 최선의 일격”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를 핑계로 미국 농산물 구매 지연 등 얼마든지 미국에 맞설 지렛대들이 있다. 코로나19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등에도 만연해 미국 군사력마저 휘청이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제해권 강화에 나섰다. 인민해방군의 영문 누리집은 지난 4월 초 “코로나19의 발생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 전함 배치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고 이례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키기도 했다.

G-제로 시대에서 미-중 충돌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건설적 ‘관여’(engagement)보다는 부정적 ‘간섭’(intervention)으로 관철하려 할 것이다. 한반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는 요즘 동맹국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도 번번이 비토를 놓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휩쓸린 이후 중국의 한반도 관여는 사실상 실종 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에 ‘김정은 유고설’만 떠돈다. G-제로 시대의 공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한국에는 그런 공백을 채워야 할 위기이자 기회이다. 

 

 

 

 

정의길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422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