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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세계포럼] 코로나 신냉전, 한국외교 살 길은

Jacob, Kim 2020. 6. 12. 15:00

 

 

 

 

 

2020년 6월 3일자

 

 

 

 

 

[칼럼 전문]

 

 

 

 

 

美, 중국 뺀 국제질서 재편 시동 / 中 항전 돌입, 러시아 행보 복병 / 한·미동맹 바탕의 실사구시 대응 / 대G2 외교 전략의 핵심 되어야

 

 

 

 

1956년 7월 이집트 정부가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하자 영국은 프랑스, 이스라엘과 함께 운하를 점령하기 위해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유엔총회에서 서방 동맹국의 수에즈 철군 결의를 주도했고 결국 점령군은 운하를 떠나야 했다. 외교가에서 냉전시대 서방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1970년대 말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면서 냉전체제의 종언을 예고했다. 미 외교의 대부인 헨리 키신저는 1971년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를 은밀히 만났고,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간 세기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프랑스·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도 소련과 분쟁을 겪던 중국을 지원하며 자국의 안전을 도모했다. 소련은 외교적 고립과 군비 부담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해체의 길로 들어섰고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간 패권 싸움이 한창이다. 코로나19 기원 논쟁에서 촉발된 미·중 갈등은 정치·경제·외교·군사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발 신냉전에서 미국은 다시 국제질서 새판 짜기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이 쇠락의 길을 걸은 영국 혹은 소련과는 달리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올가을 혹은 연말에 열리는 회의에 한국·호주·인도와 함께 러시아를 초청했다.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러시아가 이 회의에 참석해 반중 대열에 합류한다면 훗날 신냉전의 종언을 고하는 세기의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중국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게 자명하다. 중국은 러시아·인도 등 인접국들과의 분쟁에 시달리다 결국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무력화될 수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G7 회원국들이 시리아 내전이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등 주요 현안마다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와 공통 이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러시아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러시아도 마뜩잖은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 실패, 경제위기 등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결기도 무섭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미국이 중국을 겁박하는 시대는 갔다”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할 정도다. 무력시위나 독설, 보복도 서슴지 않는다. 30여년 간 구축해온 글로벌 분업구조가 견고하며 어느 나라도 여기서 이탈하기가 쉽지 않다. G2 싸움이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질 공산이 크다.

G2 사이에 끼인 한국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어설픈 ‘전략적 모호성’에 기대다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서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는가. 외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관, 원칙을 세우고 현안마다 명분과 실익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G7 참석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금기를 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연내 방한을 성사시켜 공통 이해를 찾고 우호관계도 다져야 한다.

외교력의 원천인 경제력과 군사력의 강화도 소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을 쏙 뺀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군사연합 같은 미국의 구상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섣부른 대응이 경제를 망가트리고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안위와 국가존립 위기는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 당국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고 대외협상에 최고 전문가를 기용해야 하는 이유다.

 

 

 

 

 

주춘렬 논설위원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00603515496?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