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5일자
[칼럼 전문]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가 미·중 간의 패권 갈등에 따른 ‘신(新) 냉전’의 후폭풍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동북아는 6·25전쟁 이후 70년간 미국의 패권 아래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 속에서도 전면전은 피했다. 결국, 중국과 대만의 분리, 남북한 분단 그리고 군사력이 배제된 일본 등 동북아 5개 국가는 불완전하고 형식적인 주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험을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최대한 활용했지만, 각국의 완전한 주권 회복에 대해서는 방관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만약 동북아에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면 동북아 국가들은 완전한 주권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이 같은 격변 속에서 한국은 미·중 갈등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며, 전략적 줄타기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3가지 혜안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은 동북아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에 걸맞은 군사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일본은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 대국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지지한 상황이다. 한국은 군사 대국으로 일본보다 군사력 강화에 더 유리한 상황에 있다. 북한 핵을 지렛대 삼을 수 있어 주변국의 견제를 회피할 수 있다.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국방력 강화가 이념과 다를 수 있고,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국방개혁의 관점을 대북에서 벗어나 동북아로 확대해야 한다. 역시 미·중 갈등도 끝은 군사력이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무역·기술·안보·이념 등을 넘어 결국 군사 문제로 비화했다. 미국은 28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를 최근 검토했다. 중국도 핵전력 증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당장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미·러 간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뉴스타트·New START)에 중국을 협상 대상국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강대국의 책임론을 내세워 ‘비밀의 만리장성’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신·구 패권 국가 간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는 최후의 단계지만, 패권 경쟁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무력에 있다.
둘째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선택 중심의 사고(思考)를 피해야 한다. 인도의 외교 전략인 ‘멀티플 이슈스, 멀티플 파트너스(Multiple Issues, Multiple Partners)’가 있다. 최근 홍콩 시위 사태에 관해 미·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한국 정부가 절체절명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해 성급히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 양쪽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 외교에서는 의리보다 자국의 이익이 절대적 우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북 관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인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년 차로 미·중 갈등도 현재보다 첨예하지 않았다. 한국이 북핵 문제에 쏠린 동안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특히 미국은 북핵 문제를 미·중 갈등의 연장 선상으로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정부는 요동치는 동북아 국제정치 속에서 국제 외교와 대북정책 사이의 시의적절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박민철 국제부 차장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615010330030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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