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일자
[칼럼 전문]
재점화된 미·중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중국 책임론’ 공방에 이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양국 관계가 추호의 양보도 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포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열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제어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려는 선거 전략이기도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중국을 도전자 반열에서 확실히 탈락시키려는 대중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해킹이나 강제 기술 이전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 및 환율 조작을 통한 불공정 무역으로 취득한 이익을 군사력 증강에 투입해 미국 이익을 침해한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일단 무역 분야에서 칼을 빼 들었지만 화웨이 제재로 상징되는 기술 패권전과 환율 및 금융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중 억지 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가치와 이념 그리고 군사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인식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백악관이 발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 ‘약탈 경제 국가’로 규정하고 중국과 같은 길을 가기 어렵다는 디커플링을 선언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을 확고히 했다. 사실상 ‘신냉전’ 선언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미국 조야도 갈수록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년 11월 홍콩 사태를 계기로 미 의회는 하원 435명, 상원 100명 의원 만장일치로 ‘홍콩 민주·인권법’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는 홍콩에 대한 제재는 바로 1992년 홍콩에 부여한 특별 무역 지위를 일국양제에 따른 자치 보장 정도로 보고 1년 단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코로나 방역 실패 책임을 중국에 전가시키고 선거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지나친 중국 때리기는 미국 경제나 재선에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 대중 압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조금도 밀리지 않으려 한다. 미국 기업 1350여개와 미국인 8만5000명이 있는 홍콩에 대한 강압 조치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또 미국이 코로나 만연으로 어수선한 시점에 홍콩 문제나 대만 문제를 처리할 호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 대한 강공책은 최근 미국의 대만 지원 강화와 이를 등에 업은 대만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경고 성격도 매우 강하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홍콩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밀어붙임으로써 대만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미 상수화된 미·중 간 갈등은 양자 협상을 통해 잠잠해질 일이 결코 아니다. 양국 갈등을 패권 전쟁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또 선택을 강요받는 중이다. 중국은 홍콩 문제에 대한 한국의 지지 표명을 노골화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국들을 동원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밝히면서 한국 참여를 바라고 있다. 미·중 간 갈등도 머리 아픈데 북한은 지난 24일 군부회의에서 핵무기를 즉시 발사 가능한 상태로 운영한다는 ‘전략무력 고도 격동상태’ 운영을 천명하고 나섰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시각과 비핵화와 남북 소통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시도도 지금의 인식과 방법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미·중·북에 대한 우리의 원칙과 입장이 보다 분명해져야 하며 상호 역학관계를 고려한 치밀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 HK+사업단장)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0448&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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