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일자
[기사 전문]
중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루나|지해범 지음|기파랑 출판사|339쪽|가격 2만1000원
세계 1,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무역전쟁에 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홍콩 국가보안법을 거치면서 양국은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소 냉전은 옛소련의 몰락으로 30여년전 끝났지만 세계는 지금 미중 양 진영의 선택을 강요받는 신 냉전 국면에 돌입한 모습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선택의 순간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변수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영향력 확대다. 베이징특파원 출신으로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중국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 지 보다 중국을 어떻게 해야 움직일 수 있는지에 물음표를 던진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상대의 스텝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의도를 읽어야한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수시로 변하는 자동차의 방향 보다는 운전자의 ‘의도'를 읽어야 피동보다는 능동의 자세로 자동차의 방향을 이끌 수 있다는 메시지다. 중국 지도부의 의도를 읽기 위해 저자는 북중 관계에 주목했다. 1961년 동맹조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항일전쟁 국공내전 6.25전쟁 등을 거친 북중 관계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어 특정 시기 단편적인 방향만 보면 양국 관계의 본질을, 나아가 중국 지도부의 본심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대북 외교 본심을 읽기 위해 중국의 대북 비핵화정책과 대북 경제협력 정책을 분석한 저자는 중국 대북 외교의 최우선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이고, 이를 위해 경제적으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북한의 핵보유로 군사적 영향력이 떨어진 대신 새로운 지렛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영향력을 잃으면 중국 본토가 위태로워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안고 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움직이는 방법은 ‘원칙 있는 외교' ‘미국을 활용' ‘기술력과 상품경쟁력의 우위 유지'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원칙있는 외교를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의 영토와 주권, 자유 민주 정치체제, 인권과 법치의 가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북한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겠다고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취하는 게 어리석다고 저자가 비판하는 이유다.
미국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로서 중국의 압박에 한미동맹이라는 소중한 전략적 자산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드 배치과정에서 부각된 중국의 경제보복 같은 영향력 축소를 위해서도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선진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첨단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술력이 우위에 있으면 중국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상도 두려움도 과도한 기대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저자는 "중국의 실체와 북중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읽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 위해서 외교를 펼치면 한중 관계를 더 건강한 발전 궤도위에 올려놓고, 실타래처럼 얽힌 남북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광진 기자 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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