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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형마트 문닫아도 전통시장 안가는데…규제보다 상생 해법을

Jacob, Kim 2017. 5. 18. 23:25






2017년 5월 18일자





5년전 규제로 마트매출 줄었지만 소비자들 되레 온라인으로 몰려…2년새 상품거래액 20조원 급증
·신세계등 文정부 출범후 쇼핑몰·백화점 건립 중단 위기…고용창출 역행·내수 위축 우려





[기사 전문]




지난 12일 신세계가 부천시와 체결하기로 한 백화점 용지 매매계약을 연기했다. 당초 신세계는 경기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 내에 신세계백화점을 건립하기로 부천시와 협의를 해 왔다. 하지만 인접한 인천 부평지역 상인들이 강한 반대에 나서자 신세계가 계약을 일단 무산시킨 것이다.

당시 김만수 부천시장은 페이스북에 "신세계의 연기 요청 이유는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에서 바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고 글을 올렸다. 대형 유통사들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잔뜩 움츠린 유통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김 시장의 글 밑에는 현재까지 130개가 넘는 찬반 댓글이 달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부천시민들이 인천 부평구청과 지역 상인들을 비판하는 글들이다.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된 논란이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지역상인들의 주장을 '절대 선(善)'으로,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개발사업을 '절대 악(惡)'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과거 대형마트가 빠른 속도로 영토를 넓히면서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이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쇼핑행태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골목상권 논란은 과거 대형마트들의 출점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대적으로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과의 상생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시발점이었다"면서도 "무조건적으로 대형 유통기업의 진입을 막기보다는 골목상권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후로 골목상권 논란이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형 유통사들의 사업들이 삐걱거리고 있다. 신세계만 해도 광주 호텔복합시설, 부산 연제구의 이마트타운 연산점, 여수 웅천지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사업이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쇼핑몰 건립 문제를 놓고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서울시로부터 토지를 구입한 후 4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자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시작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롯데가 정부 눈치를 보면서 상암동 쇼핑몰 건립계획 자체를 백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규 사업만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코엑스몰, 롯데월드타워몰 등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매달 두 차례씩 의무휴업을 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문을 닫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5년 전 대형마트를 주말에 강제로 닫게 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재래시장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것은 아니며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로 고객이 분산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온라인 시장의 상품거래액은 2014년 45조3000억원에서 2015년 54조6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엔 65조6200억원까지 증가했다.



더욱이 복합쇼핑몰 한 개가 세워지면 10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무차별적인 유통규제는 오히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납품 중소기업 피해는 물론 내수소비 위축까지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대기업 규제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유통업체가 전통시장 상권 전체를 살리는 '피기백(piggy back)'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통시장에 공실이 난 매장이나 비어 있는 공간에 인지도가 높은 유통업체가 들어가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정 유통업체를 특정 전통시장과 엮어서 유통 노하우를 전수하고 함께 상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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