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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규직 전환`의 역설…대형마트 채용 스톱

Jacob, Kim 2017. 6. 1. 17:05





2017년 5월 28일자





영업규제로 지금도 어려운데 인건비 늘어 경영부담 가중…비정규직 채용 아예 포기도





규제가 만든 유통업 고용절벽 (上)




[기사 전문]



경북 지역에 위치한 대형마트 A점포. 전체 직원이 300여 명인 이 점포는 이달 들어 비정규직 직원 채용을 아예 중단했다. 파트타이머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떨어지는 비정규직을 뽑았다가 새로 들어선 정부에서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조업체에서 파견을 나와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사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마트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데다 영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모두 몸을 움츠리는 분위기다.

A점포 점장인 B씨는 "대형마트 매출이 정체기로 접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인한 경영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유통업체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명절 등 소비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단기간 채용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자리도 줄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들어서는 등 고용 창출이 핵심 국정과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유통업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가 한국은행 통계를 이용해 추정한 '2016년 업종별 산업규모 대비 고용창출 효과' 분석에 따르면 유통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전기·전자산업 대비 5배에 달한다. 전체 산업 규모는 유통산업과 전기·전자산업이 거의 유사하지만 고용 창출 측면에서는 유통업이 압도적이다. 이처럼 유통업은 일자리 창출에서 '우등생'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이런 유통업에 '고용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의 고용 정책과 영업 규제 강화 움직임이 선제적으로 고용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대형마트 고위 관계자는 "과거보다 골목상권 보호를 더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주로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신규 채용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물론 영업 규제가 어떻게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채용을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당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대형마트 등에 대해 본격적인 영업 규제가 시작된 것은 2012년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경계하고 영세 자영업자, 중소상인, 지역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센 대선 국면에서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는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이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매달 하루나 이틀씩 의무휴업일을 정해 강제로 문을 닫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영업시간 제한을 자정에서 오전 10시로, 의무휴업일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 쉬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쏟아진 규제들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유통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소매업 종사자 수는 2014년 379만2000명을 정점으로 그 이후 2015년 378만3000명, 2016년 372만9000명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규제가 확대되지 않았다면 유통 점포에서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규제의 덫에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내수 위축과 대형마트 간 영업 경쟁 등 다른 요소도 작용했겠지만, 규제로 인해 일자리가 제대로 늘어나지 못했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일자리 확대가 한계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쇼핑의 전체 직원 수(비정규직 포함)는 2014년 2만7880명, 2015년 2만6030명, 2016년 2만6357명으로 정체 또는 감소 상태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 직원 수도 2014년 2만8700명에서 2016년 2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영업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일자리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2회에서 월 4회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럴 경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도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근로자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직원으로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이 많은데,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오르게 되면 경영주 입장에서는 당장 비용 절감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은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등에 전가될 수 있어 사회적인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 규제에 대한 효과가 중소상인·전통시장으로 흘러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대형마트는 안 그래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옳은지 한번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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