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기사, 사실은/친미비중(親美非中)

[아주경제] 광복 75년, 한국 외교는 왜 '동네북'인가

Jacob, Kim 2020. 9. 1. 15:49

 

 

 

 

 

 

2020년 8월 12일자

 

 

 

 

 

 

[칼럼 전문]

 

 

 

 

 

 

[주재우의 프리즘] 75년 전 우리는 일제강점기에서 광복을 맞이했다. 75년이 지난 우리 외교는 또 한 번의 ‘광복(해방)’이 필요하다. 주변국의 제재로부터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정부가 ‘북한 우선주의’에 몰입한 동안 남북한이 동시에 주변국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는 초유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 정부는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요 과제는 국제정치의 ‘현실’에 대한 직시이다. 예를들어, 미국에겐 중국을 올바로 직시하는 것이 당면 최대 과제이다. 지난 5월 20일 발표된 미 백악관의 ‘중국의 접근전략’ 보고서를 시작으로 진행된 4명의 미국 고위관리가 행한 연설 -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6월 24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7월 7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7월 17일)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7월 23일)-은 중국을 자유국제질서를 ‘전복(subvert)’하려는 세력으로 직시할 것을 호소했다.

코로나의 2차 대유행 없이 진정세로 진입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도 코로나 이후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한다. 우리 외교 앞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에 빠지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무사고, 무원칙, 무전략 외교’(본지 2019년 9월 9일 <주재우의 프리즘>)로 더 이상 안일하게 주변국과 대북 관계에 임할 수 없다.

주지하듯이 일본과 중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우리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일본의 독자제재는 북한의 첫 핵실험이 시작되기 전인 2006년 7월 5일에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북한의 선박 입항과 대북 수출을 6개월 동안 금지하는 한시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이 거듭되면서 일본의 독자 제재 또한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이들 제재에는 북한에 기항한 모든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와 자국민의 북한 방문 제한, 북한과의 수출입 및 송금 금지, 그리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등 북한 관계자의 방북시 일본 재입국 금지와 핵·미사일 개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기업의 일본 내 자산 동결 등이 포함되어있고 아직도 유효하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은 2013년부터 독자제재를 취해왔다. 2013년 9월 23일 중국 상무부는 공업정보화부, 해관총서, 국가원자력기구 등 3개 관련 부처와 공동 명의로 핵과 미사일, 화학과 생물, 보충물품 등 4가지 분야에서 900여 개 품목을 제재하는 이른바 '민군 겸용물자와 기술의 대북 수출금지 품목에 관한 공고'를 공시했다. 2016년 1월 16일의 4차 핵실험 이후 4월 5일에 중국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의 일부 품목을 발표한다. 같은 해 6월 16일에 군사관련 제재 항목과 6월 14일에는 민군겸용 물자와 기술의 수출 금지 품목 등 강도 높은 제재안을 발표했다. 그 해 12월 10일에는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 금지령이 발표됐다. 12월 23일에는 은, 동, 아연, 구리 등 광물 수입을 추가로 금지했다. 2017년 1월 25일에 또다시 민군물자 및 기술의 수출 금지리스트가 공시됐다. 8월 25일에는 북한 기업과 개인의 신규 사업 투자를 금지했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는 자신들의 도발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제재는 국가간 현안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흡한 우리 외교력이 낳은 결과이다. 중국의 제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제재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 배상판결과 일본 재산 매각을 알리는 공시송달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국가 안보와 자국민의 권익을 위해 취한 정당한 결정이라고 항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제재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보복제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공시송달을 이행하면 더 강한 제재로 응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해묵은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또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8월 4일 우리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지소미아 효력 종료의 행사 여부를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 카드가 먹히지 않았는데 올해는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9일 일본 수출규제 품목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산업현장을 찾아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우리 산업이 일본의 규제를 자체 개발·생산하여 스스로 조달함으로써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그러나 우리 산업계는 과연 그런 길로 가고 있는가? 통계는 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일본이 규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불화수소 수입원은 중국으로 대처되었다. 중국에서의 수입비중은 규제 이전 대비 11.8% 증가한 66%를 기록했다. 포토레지스트의 공급원을 일본에서 벨기에로 대처했다. 일본 비중이 6.1% 감소한 대신 벨기에의 것이 5,5% 증가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은 0.2%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대만에서의 수입이 1.4% 증가한 대신 중국수입시장이 희생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현실을 부정하고 민족주의로 국민을 또다시 현혹시키고 있다.

사드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라는 비공식 제재 조치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는 국민을 계속 호도시키고 있다. 문제의 반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공들이는 이유이다. 정부는 그의 방문으로 한한령의 해제를 기대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면 시진핑이 대한민국 영토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이는 사드의 해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 사드에 대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는데 시진핑이 그런 용단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 그에게 그런 면죄부를 주고 있지 못하다.

우리의 외교 현실이 더욱 암울한 것은 또 하나의 제재 함정이 미국 쪽에서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두 가지 이슈로 미국의 외교적 징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첫 번째 이슈는 우리의 기업과 상선이 북한산 석탄을 위장 반입(환적)하는 것을 의심 받는 데 있다. 두 번째는 우리의 정보통신사 중 하나가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 동안 이 문제를 예의주시해왔다.

우선 환적에 우리나라가 연루된 의혹은 2017년 10월 2일과 11일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는 북한의 모든 광물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를 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위반한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의 상선과 기업은 환적행각을 계속 벌여왔다. 2018년 10월에 우리 금융기관은 북한에 석탄 대금 지불 연루행위가 의혹을 샀다. 외신들이 이를 계속 보도하자 청와대까지 개입에 나섰다. 그 본보기로 청와대는 미국의 소리(VOA) 기자를 외신출입기자단에서 퇴출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논란 속에서 2018년 8월 13일에 주한 미 대사가 미 정부 측의 경고메시지를 알려왔다. 그는 미국의 독자 제재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행동을 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엄격한 대응이 없을 경우 미국의 독자 제재 가능성이 열렸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비록 우리 정부가 선별적으로 위반행위를 인정하지만 이는 실제로 미국의 제재를 초래할 만한 사유와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즉,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가 미국의 경고에 둔감한 이유는 미국이 행동을 취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일한 생각이다. 미국이 이런 이유는 미국의 외교전통 때문이다. 우방이 자신의 전략이익에 배치하는 행동을 해도 미국은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이전에 협의를 통해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징벌조치가 뒤를 따른다. 징벌대상에는 우방과 동맹국이 따로 없다. 미국은 이적행위에 냉정하다. 가령, 싱가포르 기업은 북한 무기거래와 돈세탁 지원 혐의로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제재를 받았다. 제재명목은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었다.

2019년부터 미국은 화웨이 장비 사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LG유플러스가 2019년 3월부터 화웨이 5G 장비를 상용화하기 이전에 미국의 경고가 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월 11일에 화웨이 장비를 쓰면 미국으로선 협력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의했다. 올해 7월 21일 로버트 스트레이어 국무부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을 향해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더 강력히 경고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이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화웨이 장비 구입 중단과 타사로의 전환 계획을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남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주변국의 제재를 동시에 받는 참사를 겪고 있다. 이는 ‘우리끼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될 것들이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두고 동맹이라고 안일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외교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기반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ajunews.com/view/20200811124445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