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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상읽기] <11.4대선> 트럼프가 말한 신형무기의 실체

Jacob, Kim 2020. 11. 11. 15:38

 

 

 

 

 

 

2020년 9월 22일자

 

 

 

 

 

 

[칼럼 전문]

 

 

 

 

 

 

강사 :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국가기밀을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의 이단아(異端兒)이다. 밥 우드워드는 <격노>에서 트럼프의 전 국가안보책임자들조차 트럼프를 미국의 위험요소로 여겼다고 썼다. 트럼프는 2017년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무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과시하듯 털어놓았다. 새 핵무기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우드워드는 “나중에 익명의 관계자들로부터 미군이 보유한 새로운 기밀 무기 시스템에 대해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해군은 올해 초 W76-2라는 신형 저강도 핵탄두를 전략핵잠수함(
SSBN)에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2월 트럼프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를 통해 W76-2의 존재가 처음으로 밝혀진 지 2년 만에 이루어진 성과다. 트라이던트 Ⅱ D-5 미사일에 장착된 W76-2 핵탄두는 5㏏(킬로톤)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75년 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의 폭발력이 각각 16㏏과 20㏏이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소형’ 핵무기인 셈이다. 인명 살상력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W76-2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상대로 재래식 무기 공격이 실패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이를 제압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미국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선제 핵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W76-2가 제한적 핵전쟁 내지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핵전략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류를 공멸상태에 빠뜨릴 전략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푸틴이 인지하고 있기에 위험최소와 억지전략 차원에서 W76-2를 개발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다양한 저강도 핵무기 옵션을 갖추고 있다. B52 전략폭격기를 이용한 크루즈 미사일과 B2 폭격기를 이용한 B61 중성자탄, 전술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폭격기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W76-2는 전략핵잠수함을 통해 러시아 영공을 뚫는 장점이 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비핵무기 공격에도 대응할 목적으로 개발한 W76-2를 가지고 미국이 의도대로 (러시아의 선제 핵공격에 따른) 불을 끄는 소방수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핵전쟁에서는 잔불이 큰불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에 무지한 트럼프는 핵무기를 갖고서도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핵무기의 소형화, 정확도, 지하침투력, 발사속도 등이 개선되고, 무엇보다 낙진 등으로 인한 피해범위를 현저하게 축소할 수 있게 되었기에 핵무기 사용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능히 따먹을 수 있는 인물이 트럼프이다.

한편 우드워드 인터뷰 시점(2019·12·5)과 트럼프의 기행(奇行), 천문학적 예산, 신형무기 개발과 관련한 많은 인원 등 요소를 배제할 경우 트럼프가 언급한 신형 무기가 레이저 무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 작년 우주군 창설 관련 입법을 완료한 미국은 수십년 전부터 레이저 무기 연구·개발을 해왔으며 일부 성과도 거뒀다. 광속의 레이저 무기가 실제 전장(戰場)에서 사용될 정도로 획기적 성과를 거둔다면 북한 수준의 핵무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레이저 무기 생산 준비를 사실상 끝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돌에서 청동으로, 그리고 철을 응용한 무기의 등장으로 석·청동기시대가 사라졌듯이 레이저 무기는 극초음속 무기와 함께 도래할 우주냉전(space cold war) 시대의 총아(寵兒)다. 트럼프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영리하다’는 공인(公認)까지 받은 김정은이 뒤꼬여 있는 북·미관계 속에서 비핵화라는 ‘역사의 시계’를 움켜잡을지 궁금하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22030000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