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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읽어주세요] 국민의당이 평가했다. 안철수는 왜 실패했나?

Jacob, Kim 2017. 9. 4. 22:57






2017년 9월 1일자




"TV 토론 치명적 패인, 촛불을 등졌다"…安 "겸허히 수용하겠다"




[칼럼 전문]




국민의당이 19대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평가보고서 전문(全文)을 1일 공개했다.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의 책임이 직접적으로 지적됐다. 결정적 소수 측근 그룹이 대선캠프를 운영했고, 후보와 당 조직의 연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패배에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은 역시 TV 토론에서의 실패라는 지적도 담겼다. 다만 이미 대선 책임론을 걸고 전당대회를 치러 안 대표가 당권을 잡은 상황인 만큼, 정치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① "독선적 의사결정", "TV 토론" 



국민의당이 1일 국회 기자회견 및 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를 작성한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평가위)는 안철수 캠프 운영의 문제 중 하나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경선 때부터 중요한 전략 결정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존했다"는 것을 들며 "실제 이 컨설팅 업체와 안 후보와의 관계가 단순히 거래 관계인지 아니면 '이너 서클'이라 불릴 만큼의 조직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캠프 내에서도 캠프 내 조직이 아닌 외부 업체에 전략 전체를 의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이 표출되었다"고 지적했다.  

평가위는 "선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도 '광고 천재'라 불리는 이모 씨에게 홍보물에 대한 전권을 주고 제작하게 했다는 것도 컨설팅 업체에 선거 전략을 의존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러한 안 후보의 선택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측면에서는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나, 공식 조직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과정을 생략하고 밀실에서 결정된 것을 공조직이 수행만 하는 형태라면 독선적 의사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평가위는 "경선에서 본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황을 보면, 캠프나 후보는 대선을 직접 치러낼 역량이 없었으며 이를 선대위에 맡기기보다 외주를 주어 해결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며 "특히 홍보 부문에서 이 같은 무책임성이 실제 선거운동을 치러낼 당과 당원 조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선 패배의 "치명적" 원인 중 하나로는 TV 토론이 꼽혔다. 평가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4월초 한때 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 구도를 형성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일대일 구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4월 13일 TV 토론을 계기로 내리막 추세로 돌아섰고, 이후 문재인 후보와의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기술했다.

평가위는 "일대일 구도를 형성했던 안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은 4월 13일 이후 실시한 TV 토론이 직접적인 계기였다"며 "TV 토론이 안 후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은 TV 토론을 통해 안 후보의 역량에 대한 의문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본선 국면에서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보수·중도층이 지지를 철회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평가위는 "안 후보는 본선 국면에서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는 등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근본적으로 후보 역량의 열세를 극복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롭게 등장한 '스윙 보수층'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으로 포섭되지 않고 "신(新)민주당 지지층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스윙 보수층 및 신 민주지지층 흡수에 실패한 것이 국민의당 대선 평가의 핵심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② "지휘부 부재", "MB 아바타" 


선거 전략 면에서는 "경선 직후 중앙선대위 체제로의 원활한 전환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1주일간 선거 지휘부가 부재했고, 문재인 캠프 및 더불어민주당의 체계적인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 가장 먼저 지적됐다. 평가위는 "경선 이후 선거운동 기간에 내내 캠프와 당 선대위가 전혀 협력을 이루지 못했으며, 후보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정하려는 의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데 대해 평가위는 "호남에서 정치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 호남을 직접 공략하기보다는 비호남, 특히 대구·경북 지역 등에서 민주당에 비해 확고한 지위를 차지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러나 끝까지 대구·경북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당의 결정이 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중도 정치와 가치를 채우지 못한 공약"이라는 항목에서는 "안 후보는 적극적으로 중도 노선과 가치를 정치 세력화하는 데 실패했다"며 "반정치, 정치혐오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선 후보가 성공했던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고, 이것이 안철수가 대선에서 끝까지 'MB 아바타'에 머물게 된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왔다.

평가위는 "안철수가 'MB 아바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도'라는 노선을 채울 수 있는 정치적 공약과 가치가 제시되어야 했으나, 그것을 유권자들에게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공약의 선정과 배치가 부재했다"며 "후보와 캠프는 공약을 전략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고, 중도 정치 역시 정치이며 '새 정치' 역시 정치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반정치적 중도, 반정치적 새 정치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후보·캠프와 당·선대위 간의 소통과 연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따랐다. 평가위는 "후보가 공약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사드에 대해 후보 입장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상의가 없었다"는 예를 들었다. 평가위는 "정책·공약이 전략단위와 연계 되지 않고, 주요 공약에 대한 결정이 지나치게 늦어졌다"며 "후보가 선거 기간 동안에도 직접 공약 선정에 개입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선거 준비 및 수행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일관성 있게 전략적으로 수행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③ "촛불과 거리", "팬클럽·SNS 관리 부족" 


평가위는 이어 "조기 대선의 핵심 슬로건은 촛불 혁명과 적폐 청산이었으나, 후보는 이러한 메시지로부터 계속 일정한 거리를 뒀다"며 "촛불 자체와 거리를 둔 것 자체는 중도·보수라는 전략적 포지션에서 볼 때 나쁘지 않았으나, 촛불의 성과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가 (촛불 대선의) 과실을 독점하게 된 것은, 반대로 안 후보가 촛불과 관련해 아무런 정책적 대안이나 메시지를 만들어서 던지지 못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한국당을 제외한 중도보수층 역시 검찰 개혁 등 적폐 청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을 메시지나 홍보 전략에서 완전히 방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4월 초 양강 구도가 형성된 후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원인에는 문 후보가 촛불과 적폐 청산을 독점하도록 내버려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중략) 문 후보 역시 이재명 후보 등과의 차별화를 위해 1월까지만 해도 촛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으나, 탄핵과 경선 이후 적극적으로 촛불의 메시지를 껴안고 이를 검찰 개혁, 적폐 청산 등의 정책적 대안으로 이끌어 간 반면, 안철수 후보는 촛불에 대해 원칙적인 보수의 이미지조차 주지 못하고 'MB 아바타', '박지원 상왕론' 같은 지엽적인 반 촛불 이미지에 갇혔다"고 평가했다.  

평가위는 또한 "지지자 그룹을 온라인에서 활용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한 원인"이라며 "문 대통령의 당선에서는 소위 '문빠'로 불리는 지지자 팬덤이 큰 역할을 했다. 4월 4일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을 때 나왔던 각종 공세의 유통자는 문 후보 지지자 집단이었으며, 이러한 지지자들의 규모와 결집력을 배가시킨 문재인 캠프가 선거에서 승리한 반면 안철수 후보(캠프)는 대선을 준비하면서 지지자 그룹에 대한 관리·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물론 지지자 그룹이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평가위는 "안 후보 본인도 자신의 팬클럽의 활용성이나 중요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안이한 인식이 온라인에서 문 후보는 물론 이재명, 안희정에게도 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IT업계 1세대로 IT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인 안 후보가 이렇게 SNS 팔로워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온라인 여론전에 관심이 적었(다는 것이)며, 실제 이번 대선에서 온라인 여론전에 완패한 것이 선거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정책과 공약 부문에서도 "당 관계자 설문조사와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미래' 이미지를 선점하는 대선 전략과 정책·공약과의 연계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미했다"며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유치원 공약'을 들었다. 평가위는 "유치원 공약은 복잡하고 바쁜 선거 과정에 일어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사전에 유권자의 반대가 극심한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고, 발표 후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한 대처도 부족했다. 논란이 된 단설 유치원이 병설유치원보다 학부모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한다는 정책을 후보가 발언하게 한 것이 중대한 실수이고, 이후 해명자료를 통해 비용 등을 이유로 안 후보의 공약이 현실적이라는 면을 강조했지만 이미 돌아선 유권자 표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짚었다.

대선에서 당 지도부의 역할에 대해 평가위는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고착화 된 '호남 중심성', 호남 유권자도 찬성하지 않는 '호남 정치'의 낡은 프레임에 갇혔다"며 "안철수로 시작해서 안철수로 끝나버린 선거",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기만이 선거 전략이고, 선거 수단이기도 했다", "후보 개인에게만 과도하게 의존"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평가위에 '비협조'던 안철수, 보고서 공개 후 "겸허히 수용"


한편 보고서에는 안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평가위의 평가 작업에 성실히 협력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그대로 담겼다. 평가위는 "체계적인 평가를 위해 무엇보다도 안 후보에 대한 면담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6월 28일 공문을 발송해 면담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했다"며 "마지막 회의가 열린 7월 13일 오전에 신용현 위원이 안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7월 19일 오후에 면담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지만, 19일 오전 안 후보가 신 위원에게 전화해 '제보 조작 사건이 검찰 수사 중이라 무슨 말을 해도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만약 평가위가 보내준 질문지의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다시 적어주면 서면으로 답하겠다'며 결국 예정된 면담을 취소시켰다"고 적었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평가위는 "면담 거부"를 했다며 "평가위 위원장이 박 전 대표에게 한 차례 이상 직접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든 것이 본인의 책임'이라며 '그 이상의 밝힐 것이 없다'고 답했다"고 기록했다.

평가위의 보고서는 안 대표에 대한 '대선 책임론'을 다시 점화시킬 소재로 생각돼 왔으나, 당 내 반응은 예상 외로 담담한 편이다. 이미 안 대표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짊어진 상태에서 8.27 전당대회에 출마했고, 국민의당 당원들은 그를 대표로 선출했다. 평가 보고서의 내용도 안 대표에게 뼈아픈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석 달 전 치러진 대선 직후에 언론 지면이나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제기됐던 것들이어서 의외성이 크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  

안 대표는 이날 정오께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패배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제가 고칠 점, 당이 고칠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서 우리 당을 제대로 개혁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보고서에 지적된 내용들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는 "보고서 내용을 아직 못 봤다"면서도 "그런 부분도 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혁신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삼겠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안 대표는 다만 "제가 내용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탈자도 고치지 말고 다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서 공개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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