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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중소상인 보호효과 미미했다

Jacob, Kim 2017. 9. 29. 17:53







2017년 9월 27일자





전통시장 성장률 전년比 2.8% 증가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사실상 감소
마트 휴업일, 시장방문 연 1회 안돼

롯데마트 오픈후 인근시장 고객 증가
“대형마트·주변상권, 상호보완 관계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기사 전문]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원하는 쪽으로’의 소비자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올해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도입 5년을 맞았지만 애초 취지인 중소상인 보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소비가 위축됐을 뿐 아니라, 낙수효과의 혜택은 되레 온라인 쇼핑몰에 돌아갔을 뿐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 속에서 제3자만 어부지리를 얻고 소비자들의 불편은 오히려 가중됐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대형마트ㆍ전통시장 동반 하락 속 온라인 독주=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은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하락했다가 2014년 4672만원, 2015년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의무휴업으로 인한 골목상권 소비 증대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오히려 전체적인 민간 소비경제만 위축시킨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축수산업 및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대형 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ㆍ대전 지역 6개 상권을 대상으로 대형마트와 인근 상권의 카드 사용액을 조사한 결과 소비금액 증감 그래프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형마트의 카드 사용액 비중은 2012년 17.69%에서 2013년 22.98%로 29.9%포인트 반짝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전년대비 성장률은 2014년 -4.6%, 2015년 -1.6%, 지난해 -6.4%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통시장의 사용액 비중은 2012년 2.51%에서 2013년 2.97%로 18.1%포인트 늘어났지만 2014년 성장률은 10.8%, 2015년 2.8%에 그쳤다. 지난해 증감률은 전년대비 -3.3%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지난해 카드 사용액 비중은 전년대비 1.3% 후퇴했고, 개인슈퍼마켓 역시 0.1% 하락했다.



유일하게 사용액 비중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온라인 쇼핑몰로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1.5% 성장했다.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ㆍSSMㆍ개인수퍼마켓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몰만 반사이익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대형마트ㆍ주변 상권, 상호 보완적 관계=대형마트로 인한 이탈 효과보다 집객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 마트의 출점이 오히려 전통시장 이용객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서용구 교수 연구팀이 2012년말 문을 연 롯데마트 청라점과 정서진중앙시장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출점 후 전통시장으로 유입된 고객이 더 많았다. 롯데마트 청라점과 정서진중앙시장의 실측거리는 2.7㎞다.

연구팀에 따르면 롯데마트 청라점 오픈 후 마트 고객의 15.64%는 인근의 정서진 중앙시장을 동시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서진 중앙시장 고객 중 대형마트로 발길은 옮긴 고객의 비율은 2.53%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롯데슈퍼 부곡점이 출점한 이후 마트 고객의 13.04%가 200m 거리에 위치한 부곡 도깨비시장으로 새롭게 유입됐다. 부곡도깨비시장 고객이 대형마트를 찾은 비율은 1.03%였다. 대형마트가 인근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인식과 달리 오히려 상권을 활성화시킴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대형마트 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유통 규제를 늘려 산업 자체를 옥죌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상품의 품질이 뛰어나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을 펼 게 아니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김성우ㆍ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원문보기: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927000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