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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킥오프] [11월 부서이동] 최정예와 반쪽 선수단, 대표팀 운영을 스스로 좁힌 건 아닐까?

Jacob, Kim 2017. 10. 31. 14:45






* 본 칼럼은 서형욱 칼럼에 대한 반론(40%) + 10.30 명단 발표 · 부서이동에 드는 우려(40%) + 김성원 칼럼 中단(20%) 입니다. 






2017년 10월 30일자





[칼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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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신태용 감독은 11월 국내에서 펼쳐질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친선전을 위해 소집할 23명의 선수로 구성된 명단을 발표했다. 변화는 컸다. 최종예선 당시 조기 소집의 대가로 지난 10월 부르지 못했던 K리거가 12명이나 뽑혔다. 그 반대급부로 10월에 소집된 13명의 선수는 이번 명단에 없었다.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10월 유럽 원정에서 신태용호는 러시아, 모로코에 변명의 여지 없는 참패를 당했다. 변화는 불가피했다. 측면 수비를 포함한 포지션 상 불균형을 강조했던 신태용 감독은 풀백 4명을 모두 K리거로 채운 새 명단을 내놓았다. 이창민, 이명주, 주세종 등 허리에서 더 빠르고 정확한 플레이를 해 줄 수 있는 미드필더도 새로 뽑았다. 


이번 11월의 소집 명단을 신태용 감독은 “최정상의 구성”, “최정예 멤버”라고 표현했다. 전력 차는 명백하지만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 잃어버린 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팀의 수장다운 의지였다.






그런데 한쪽에선 마음이 걸린다. 이번 명단이 최정상, 최정예라면 지난 10월의 명단은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상생을 위해 K리그 소집을 포기했지만, 그 결정을 감내한 것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K리거 없는 대표팀이라 해도 그 구성원을 택한 것 역시 신태용 감독이다. 


지난 10월의 대표팀을 신태용 감독은 같은 자리에서 “반쪽 선수단”이라고 표현했다. 그 순간 불안감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최상의 구성을 할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최정예와 반쪽이라는 극과 극의 표현으로 선수들을 구분해버린 것이 향후 대표팀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발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상충하는 표현으로 인해 지난 10월에 소집됐다가 이번 소집에 제외된 선수들은 최정예 안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반쪽이 됐다. 특히 모로코전에서 전반 28분 만에 교체된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선고가 될 수 있다. 당시에도 질책성 교체라는 인상이 강했고, 공교롭게 그들은 모두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신태용 감독이 이번 소집과 같은 최정예 구성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12월 동아시안컵 때는 유럽파가 오지 못한다. 1월에 소집할 수 있는 전지훈련 멤버도 마찬가지다. 이번 11월 소집 이후 월드컵 전에 FIFA가 전 선수의 선발을 허락한 A매치 데이는 3월 뿐이다.


동아시안컵 3경기, 그리고 전지훈련 중 갖게 될 평가전 때 가동해야 하는 선수들이 바로 그 나머지 반쪽에 있다. 그들에게도 희망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그들을 최정예 바깥, 사실상 월드컵 본선에는 가기 어려운 선수들로 일찌감치 묶어버렸다. 대표팀에 온 만큼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훈련하겠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월드컵은 나의 무대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 버린 것일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전 감독이 흡사한 실수를 범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부임 후 해외파에 무게를 두고 주요 친선전을 치렀지만 정작 1월 미국에서 진행한 2주 간의 전지훈련에는 그들을 부를 수 없었다. K리그에서 새 선수를 다수 뽑았지만, 그들이 의욕을 갖기란 어려웠다. 멕시코, 미국에 0-4, 0-2로 완패를 당했다. 그때부터 삐걱거린 홍명보호는 결국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불안요소가 모두 튀어나왔다.






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자리다. 수천만 명의 국민이 대표팀의 총감독이 돼 그의 발언, 선택, 전술을 지켜보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속뜻이 그게 아니라 해도 불명확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은 그 많은 대중에 의해 새로 해석되고 뜻을 달리 갖게 된다. 


불필요한 복선을 깔면 결국 실패할 경우 엄청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신태용호가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 확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면 정면 돌파가 되지만 현실상 그러긴 쉽지 않다. 아무리 홈이라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전술적 실험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실력도 랭킹도 위인 팀을 압도하긴 어렵다. 신태용 감독이 표현한 그 최정예 멤버가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동국에 대한 발언 역시 앞서간 감이 있어 아쉽다. "아름답게 보내주고 싶다"며 K리그의 영웅에 대한 배려처럼 설명했지만 결국 득점 외에 이동국의 플레이 내용이 현재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제외된 진짜 이유였다. 실제로 이동국 본인도 러시아 월드컵 출전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어찌 흘러갈지 모른다. 지난 8월처럼 대표팀에 그가 필요해지는 조건이 전개될 수 있다. 지금까지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불러들인 최전방 공격수 중 이동국보다 월등하게 나았던 선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황희찬만 믿고 갈 순 없다. 일찌감치 버리고 갈 카드는 아니다.


홍명보 전 감독을 무너트린 결정타도 스스로가 설정한 기준에 벗어난 박주영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에 하나 신태용 감독이 이번에 한 말을 스스로 뒤집어야 한다면 리더십을 흔드는 거대한 변수가 된다.


신태용호를 둘러싼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 여러 복합적 문제가 겹쳤지만, 외부 요인이 가장 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팀의 계획을 크게 흔들었다. 그 부분은 적잖은 이들이 자신의 운명을 걸고 본선행을 이룬 신태용 감독의 현재 처지를 애처롭게 생각하는 이유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 스스로 발언 하나에 더 굳건하고 신중해져야 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복선을 남기거나 오해의 여지를 주는 발언은 대표팀 내부를 흔들 수 있다. 감독의 언어 하나에는 선수단 전체의 생각과 사기를 살리고 죽일 수 있는 온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글=서호정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원문보기: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52&aid=00000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