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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 전문기자의 스포츠에세이] [11월 부서이동] 이동국의 대표팀 탈락과 한국축구의 딜레마

Jacob, Kim 2017. 10. 31. 15:09






* 본 칼럼은 이동국의 대표팀 탈락이란 주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테마 칼럼입니다.  






2017년 10월 31일자





[칼럼 전문]



3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이란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이란이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이동국이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발표된 축구대표팀의 11월 평가전 명단(23명)을 확인하고는 한마디씩 했을 법하다. 특히 공격수 명단을 보고는 실망이 컸을 것이다. ‘월드컵 4강을 이룬 국가에서 저렇게도 스트라이커가 없나’하고 한숨짓는 지인도 있었다. 최정예 멤버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명단만으로 김샜다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알아야할 게 있다. 공격수 기근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게 바로 공격진이었다. 이번 명단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신태용 감독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축구 평가전을 앞두고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축구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는 이미 외국인 선수들로 꽉 차 있다. 조나탄(수원) 데얀(서울) 마그노(제주) 디에고(강원) 에두(전북) 등은 국내 수준을 뛰어넘는 특급 공격수들이다. 이들이 K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사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공격수 육성은 뒤로 밀렸다.

이를 걱정하는 축구인들은 많았지만,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는 정책은 없었다. 국가대표팀을 거쳐 간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뽑을 공격자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는 지금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인 이동국(전북)이 여전히 관심의 대상인 건 한국적인 현실에서 보면 별로 이상할 게 없다. 1998월드컵부터 현재까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면 그가 뽑혔나, 안 뽑혔냐가 주요 관심사였고, 감독들은 왜 뽑았는지, 또는 왜 안 뽑았는지를 설명해야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제는 이동국이었다. 물론 황희찬(잘츠부르크)이나 김신욱(전북) 등의 후보 자원은 있다. 황희찬의 경우 부상이 길어지고, 소속팀에서 보호를 요청했다. 김신욱도 컨디션이 올라오면 언제든 뽑을 수 있다.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 활용카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이동국의 이름값에 가려졌다. 지난 주 동아일보·채널A가 보도한 전 한국대표팀 감독 울리 슈틸리케(중국 텐진 테다)의 발언이 이번 명단 발표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더욱 부각된 것도 사실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인터뷰. 사진|채널A 캡쳐




슈틸리케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와도 2002년과 똑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은 2002년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팀에 가장 약한 곳이 공격이라면서 “이동국이 뛴다고 들었다. 38세다. 그게 한국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젊은 공격수가 없다”고 거침없이 쏟아냈다. 떠난 장수가 자신이 머물렀던 곳을 향해 개인적인 감정으로 재단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새겨들을만한 건 사실이다.



공격수가 없었던 건 슈틸리케도 마찬가지 고민이었다. 슈틸리케의 발언이 이동국에게도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준 모양이다. 이동국은 29일 K리그 36라운드 제주전을 통해 프로통산 최초의 200골과 팀의 우승을 확정한 뒤 한마디 했다. “내가 오래 뛰면 한국축구에 미래가 없다는 소리를 누군가가 하더라. 빨리 은퇴해야 하나 싶더라. 나에게 내년은 아직 긴 시간이다. 올해 은퇴도 가능하지만 일단 지금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분히 슈틸리케의 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날이 대표팀 명단발표 하루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감독과 어느 정도 교감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신 감독은 후배에 마지막 예의를 갖췄다. “이동국 선수가 만약 좋은 찬스에서 골을 못 넣는다면 여론의 뭇매를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름답게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현대와 제주UTD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전북현대 이동국이 K리그 최초 통산 200골을 성공시킨 후 유니폼을 벗고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물론 다분히 립 서비스다. 지금 그런 걱정할 때가 아니다. 대표팀의 경쟁력이 우선이다. “내년 월드컵까지 생각했을 때, 이제는 놔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신 감독의 진짜 속내다. 8개월 후의 이동국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버텨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명단 발표가 이동국의 대표팀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평가전에 발표될 엔트리는 사실상 본선 멤버다. 그때까지 상황이 변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신 감독도 이동국 부담을 이번에 미리 털어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동국의 개인적인 대표팀 탈락이 아니다. 그를 완전히 잊어도 될 만큼 기량 있는 후배를 배출해야한다는 점이다. 그게 한국축구가 살 길이고, 이동국의 은퇴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길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원문보기: http://sports.donga.com/3/all/20171030/870318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