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일자
[기사 전문]
사드 보복 이전,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롯데면세점
한중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여전하다. 14억에 달하는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 성장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여전히 큰 시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중국 정부의 입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뼈저리게 경험한 유통업계의 생각은 사드 사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관계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경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은 합의문 발표 이후 오는 1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차 한·중 정상회담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1년여 동안 막대한 피해를 입은 유통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여행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설 연휴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만큼 불안감이 높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국에 기반을 두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호텔이나 여행, 화장품 사업 등은 양국의 관계 회복에 따라 부진을 털고 다시 성장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현지에 진출했던 업체들은 사정이 달라서다.
현지에서 할인점 사업을 추진했던 롯데마트나 이마트가 그런 경우다. 롯데마트는 갈수록 불어나는 손실을 견디다 못해 현재는 중국 매장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롯데로서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7000억원을 수혈하는 등 갖은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마트 상하이 차오바오점.ⓒ이마트
이마트도 중국 내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점포들도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1997년 중국 진출 이후 20년 만에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중국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여행이 재개되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 또 다시 사드 보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 면세점업계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드 보복 사태가 재발될 수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사드 보복 사태가 1년여 간 이어지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체질 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진 점도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 보다는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유통업계는 사드 보복 사태를 기회로 삼아 중국을 대체할 포스트 차이나 개발에 집중해왔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제품과 문화에 관심이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역량을 집중해, 현재는 관련 지역에 수출이 늘고 현지 매장도 점차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다.
단일 국가로 비교하면 인구 등 소비 시장 규모는 여전히 중국이 가장 크지만 경제성장 속도나 소득 수준 등 실질적인 소비력은 이미 중국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인 안정성 등 중국 시장에서 겪었던 과오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유통업계가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넓은 영토와 수많은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국내 유통업계에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1년여 간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다”며 “앞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사드 이전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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