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국내 백화점은 일본처럼?…시니어, 백화점 큰 손되다

2017년 11월 22일자

-시니어 존재감 남다른 일본 백화점
-백화점 고객의 35.5%가 50대 이상
-백화점 업계 시니어 고객 마케팅 활발

[기사 전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의 게이오 백화점은 ‘시니어 아지트’로 불린다. 백화점 전체 고객의 86%가 50세 이상이고, 65세 이상 고령 고객이 60%나 된다. 1층에는 휠체어 대여 코너가 마련돼 있고, 상품 진열대 글씨도 읽기 좋게 큼직하다. 백화점 8층은 아예 시니어 전용층으로 특화했다. 시니어를 위한 한방 상담소, 찻집, 마사지숍, 건강식품 매장, 의료 기기 매장 등이 들어서있다.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의 시니어 종업원을 고용해 친근감을 높였다.

앞서 한국보다 길게는 30년, 가깝게는 10년 정도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 시니어는 이미 핵심 구매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일본 내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산업의 시장규모가 100조 엔(약 1127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65세를 넘어선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실버 시장은 2020년 7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업체 중 고객의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백화점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발간한 ‘2017 유통업체연감’에 따르면 백화점 50대 이상 고객 비중이 2015년 30.3%에서 지난해 35.5%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채널로 젊은층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50대 이상 고객 매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별 백화점 고객 매출 구성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을 이용하는 50대 이상 고객의 매출 구성비는 2013년 31.5%에서 지난해 32.7%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30대 고객은 40.2%에서 38.3%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0대 이상 고객의 구매 객단가가 18만원으로 30대 고객 구매 객단가(17만원)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시니어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잡화 편집숍 ‘모디움’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시니어 고객의 취향에 맞는 모자, 가방, 스카프 등 잡화 뿐 아니라 안경, 돋보기, 지팡이 등도 구매할 수 있다.

AK플라자도 시니어 소비자에 주목하고 있다. AK플라자가 최근 3년간 AK멤버스 회원의 연령대별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0대의 매출이 15% 신장했고, 60대는 11%, 50대는 4%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40대 각 연령층의 매출은 1~2% 상승에 그쳤다.

AK플라자는 그동안 시니어 고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왔다. AK플라자는 지난 10월 구로본점과 분당점에서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맞춤 상품으로만 꾸민 ‘클래시 골든 라이프 페어(Classy Golden Life Fair)’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문화아카데미 ‘뉴시니어 라이프 패션모델 학교’를 수료한 50~80세 고객들이 직접 모델로 참여하는 패션쇼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현대백화점도 시니어 고객 매출 비중이 2013년 13.1%에서 올해 9월까지 15.2%로 성장했다. 지난해 건강용품 전체 매출 신장률 15% 중 60대 이상의 신장률은 21%로 전체 매출 신장률을 웃돌았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9월 6개 지점에 건강관리용 제품을 모은 편집 매장 ‘헬스테크’를 만들어 현재도 운영중이다. 편집 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0.7% 증가했고 올해도 약 45%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며 백화점의 새로운 구매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은퇴 이후에도 구매력을 갖춘 일부 시니어 고객들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비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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