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9일자
5월부터 철수 추진, 5개 매장 CP그룹 매각 中 당국 승인
롯데마트 112개 통매각 난항…강제영업정지도 '요지부동'
[기사 전문]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이마트가 중국 내 5개 점포를 태국의 CP그룹에 매각하며 중국 사업 철수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1997년 상하이 취향점을 개점하며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20년 만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온 매각 작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112개(슈퍼 13개 포함) 매장 중 87개(74개 강제영업 중단, 13개 자체 휴업) 매장이 문을 닫는 등 사실상 휴업인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 정용진 "철수조차 쉽지 않은 中에서 발 뺀다"…빠른 철수 결정
이마트는 29일 "중국 점포 5개 점에 매각 건에 대한 중국 정부 허가가 이날 나왔다"며 "이로써 CP그룹과 진행한 매각 과정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각한 점포는 루이홍점, 무딴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화차오점 등이다.
아직 시산점 1개 점포가 남아 있지만 이 점포는 이마트가 토지와 건물의 사용권을 갖고 있는 자가 점포여서 언제든지 철수가 가능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산점도 빠른 시일 내에 정리를 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매각 걸림돌이었던 중국 정부의 허가가 오늘 내려진 만큼 사실상 중국 철수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상하이 라오시먼점을 폐점한 데 이어 상하이와 그 인근에 위치한 5개 점포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마트는 2015년 중국에서 351억원의 적자를 낸 데에 이어 지난해에도 21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 고전해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 말 "중국 시장에서 올해 연말이면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철수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중국사업의 현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 中 롯데마트 매각은 해 넘길 듯, 영업재개 가능성도 낮아
반면 롯데의 중국 사업 정리는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경제보복이 본격화하면서 롯데는 마트뿐만 아니라 제과도 현지 유통기업들의 거래 거부에 따라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사업 전반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다.
중국은 롯데가 20년 넘게 공들여온 시장이다.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22개 계열사 2만 여명이 근무했을 정도로 현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롯데가 그간 중국에 투자한 돈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이전부터 중국 사업에서 고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해외사업에서 각각 830억원과 12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 중 80~90%는 중국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20배 가까운 매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투자금이 적지 않았던 데다 시장 자체가 워낙 커 쉽게 철수를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2개월 내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계획이 없다"며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장기화되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백기를 든 상황이다.
중국 롯데마트 87개 점 중 74개 점포가 소방법 위반 등으로 인해 강제영업정지 중이고 13개 점은 자율적으로 휴무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현지법에 따라 중국인 직원들에게는 매달 정상임금의 70~80%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롯데쇼핑이 3600억원을 중국 마트사업에 지원한 이후 8월 말에는 채권 발행을 통해 3억달러(약 33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긴급 수혈했다. 하지만 이 자금도 내년 1월 말쯤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이달 중순에 열렸지만 중국 당국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소방당국에서는 영업정지 해제 여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각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현지 사업자와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변화를 기대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은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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