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6일자
[기사 전문]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발표로 쿠르드족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미군이라는 보호막을 잃은 쿠르드를 놓고 터키와 러시아, 시리아가 각각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쿠르드족의 오랜 꿈인 독립 국가 건설은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계획을 밝혔다.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 의원총회 직후 그는 “대표단이 (미군 철수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간다”면서 “그 후에 나도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인민수비대(YPG) 등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작전을 앞두고 러시아의 양해를 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국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막으려는 터키는 접경국 시리아의 쿠르드족, 특히 YPG를 IS(이슬람국가)보다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한다. 쿠르드족의 보호막 역할을 하던 미군이 철수하면 터키는 곧바로 시리아의 접경 지역 만비즈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할 태세다. 그러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양해 없이 시리아 내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펴기는 어렵다.
그러나 러시아는 즉답을 피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터키의 정상회담 계획 발표에 대해 “그런 일정 합의는 없었다”면서 “현재 정상회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대립적 관계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반면, 터키는 아사드 정권과 맞서는 반군 중 자유시리아군(FSA)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는 시리아 동부의 쿠르드족을 터키에 대한 일종의 완충제로 여겨왔다. 또 시리아 내전 협상에서 쿠르드족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여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속내도 있다. 실제 미군 철수 발표 직후 러시아는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정치조직인 시리아민주평의회(MSD)에 터키와의 접경 지역에 아사드 정부군을 배치해 터키의 공격을 치단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쿠르드족은 사실상 자치권을 포기해야 한다. 쿠르드족은 미군의 지원을 받아 IS와의 전투에 나선 이후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시리아 영토 중 30% 가량을 장악했다. IS 격퇴전의 공로를 내세워 이 지역에서의 자치권을 보장해달라고 아사드 정권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이들리브를 탈환하면 이후 동쪽 영토도 수복하겠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결국 아사드 정권의 보호를 받게 되면 그 대가로 영토 지배권을 내놔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거부할 경우 오히려 터키와 아사드 정권이 모종의 딜을 맺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세를 약화시키는 게 주 목표다. 시리아 동쪽 영토를 차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때문에 동쪽 영토의 지배권을 원하는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쿠르드 장악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제한적 군사 작전을 양해받으려 할 공산이 크다. 이같은 딜이 성사될 경우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의 꿈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261615011&code=9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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