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온라인·슈퍼·백화점/노브랜드 전문점

[머니 S] '노브랜드' 믿고 계약했는데… 이마트24 점주의 눈물

Jacob, Kim 2019. 3. 4. 16:04







2019년 2월 25일자





[기사 전문]





#. 지난해 6월 이마트24를 오픈한 점주 김모씨(40)는 요즘 울상이다. 편의점 창업 전 노브랜드 매출이 높다는 동종업계 관계자의 말을 믿고 이마트24를 시작했지만 최근 제품 판매가 어려워져서다. 김씨는 "본사에서 노브랜드 매장이 따로 생겨 관련 제품을 매대에서 뺀다는 말을 들었다"며 "노브랜드 제품을 찾는 고객 비율이 꽤 높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마트24 점주들이 '노브랜드' 매장 출점에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 측이 노브랜드 매장 육성을 위해 이마트24에서 팔던 노브랜드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있어서다. 이마트 측은 대체 제품인 '아임e'로 매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본사의 일방적인 정책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노브랜드 철수에 울분… "상생 생각있나"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며 노브랜드 가맹점주 모집을 시작했다. 자사 인기 PB제품인 노브랜드 전문점을 신설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측은 "노브랜드 전문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2015년 4월 내놓은 PB브랜드다. 가격대를 낮추고 신세계 내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면서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취급제품도 가공식품부터 전자제품까지 범위가 넓다. 특히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과자나 휴지 등 생필품의 경우 노브랜드 제품 매출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점주들에게 노브랜드 상품을 매대에서 빼겠다고 공지했다. 이마트24 측은 새 PB상품 '아임e'가 노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점주들의 반응은 영 달갑지 않다.

경기도 분당에서 이마트24를 운영 중인 A점주는 "점주 중에는 분명 노브랜드 매출 이점을 보고 이마트24 매장 운영을 결정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출점 권유 때는 강력한 PB제품을 갖춘 이마트24의 경쟁력을 내세우더니 해당 제품을 다 빼면 뭘 팔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B점주는 "올해 1월부터 매출이 20% 정도 하락했다. 이는 노브랜드 상품 철수 탓"이라며 "'아임e'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차라리 다른 회사 상품이라도 매입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위드미 때부터 편의점을 운영해 온 점주들의 배신감은 더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기존 '위드미'를 인수해 시작한 편의점 사업이다. 위드미 점주들은 타 편의점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노브랜드 상품을 보고 이마트24 운영을 결정한 사례가 많다. 당시 점주들은 노브랜드의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상품을 팔았다. 하지만 오히려 노브랜드 철수라는 역풍을 맞게됐다.

C점주는 "지금 노브랜드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위드미 때부터 편의점을 운영한 점주들의 노력 때문이 아니냐"며 "이제 노브랜드가 잘 나가니 따로 매장을 낸다. 이번 일로 본사는 점주들과 상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공격 출점에 제동걸리나



올해 이마트24의 공격적인 출점을 계획한 이마트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온라인사업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0% 넘게 떨어졌다. 이마트는 올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육성, 온라인 마케팅 집중, 편의점 점포 1000개 확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

하지만 이번 노브랜드 사태로 이마트24 공격 출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점주들은 '올해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사에 엄포를 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브랜드 매장 근접 출점까지 더해지며 점주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자율규약안을 선포하고 동종 편의점 50~100m 거리 내 출점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마트24 매장 인근에 노브랜드 점포를 내고 있다. 노브랜드가 편의점이 아닌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가까워 자율규약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근접 거리 내에 점포를 개설할 수 있어서다. 이마트 측은 "노브랜드는 편의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C점주는 "같은 브랜드의 근접 출점이 어려우니까 노브랜드를 가맹사업화해서 인근에 매장을 내게 한 것"이라며 "아무리 본사 수익 때문이라고 해도 편법까지 동원해 점주 죽이기에 나설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애초에 편의점과 노브랜드 고객군이 겹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브랜드 매장은 편의점과 완전히 다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국내에 없던 업태"라며 "노브랜드 매장은 편의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나 국산 주류는 판매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편의점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빼는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아임e'처럼 자체 상품군을 늘려 오히려 매장별 경쟁력을 강화할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월 노브랜드 매출 구성비는 0.9%인 반면, 아임e 매출 구성비는 2.4%를 차지했다. 2월 현재 아임e 매출 구성비는 2.6%로 점점 오름세다. 노브랜드는 철수했지만 신규 브랜드로 충분히 상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마트 측은 "올해 1월 FF 김천공장 설립으로 본격적인 프레시푸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민생라면 등 차별화 상품을 지속 출시해 가맹점 매출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니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jhnpce1@mt.co.kr






원문보기: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9022010388018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