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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브릿지 칼럼] 협상은 결국 진전하는 것

Jacob, Kim 2019. 4. 8. 23:39






2019년 3월 31일자





[칼럼 전문]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하지 않는 트럼프의 전형적인 협상성향이 드러난 결과다. 사실 트럼프가 협상 전부터 “서두를 게 없다”는 속도조절론을 여러 번 거론하면서 이미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번 회담이 큰 성과 없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원인은 북한의 협상력 부재다. 다음의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첫째, 북한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말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에서 가끔 웃음을 보이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1차 회담과는 달리 얼굴은 상기됐고 손을 비비고 깍지를 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확대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우린 1분이라도 귀중하다”는 발언은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라고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그렇다면 상대는 당연히 시간지연 전술로 응대할 것이고 결국 시간이 부족한 북한은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베트남 전쟁(1955~1975년) 당시 월남전 종전협상을 할 때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미국이 베트남에게 큰 지략을 펼치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면 무조건 백전백패다. 


둘째, 트럼프가 자주 사용하는 에임하이(Aim-High) 전술에 대응하지 못했다. 에임하이 전술이란 첫 제안(first offer)을 상당히 높게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 판매가를 높게 책정한 뒤 점차 양보하며 최종 판매가를 조금씩 낮게 원안 이상의 가격을 결정하는 전술을 말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진전된 비핵화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내놓으면 미국이 이에 호응하는 결과물을 주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에 무게중심을 둔 것 같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영변 핵시설 해체가 아니다. 완전한 비핵화이며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제안한 에임하이 전술이며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수립돼 있어야 했다. 전용열차로 중국을 경유해 4500㎞ 달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의 ‘쎈’ 제안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셋째, 북한의 협상 준비부족이다. 당초 김 위원장은 성공적 협상을 마무리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진출한 베트남의 경제개발 도시 중 하나인 하이퐁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공산당 집권체제에서 1986년 베트남이 개방·개혁을 기치로 건 ‘도이머이’ 정책을 선언하고 경제성장을 이룬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예정된 행보가 북한이 회담의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협상타결 의지가 미국에게는 의도로 읽혔다.  

링컨은 “나에게 나무 한 그루를 베는 데 아홉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 여섯 시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으로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상대방도 그런 생각으로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상대방을 분석해 협상전략을 세우는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간 협상은 진전이 있을 뿐 실패는 없다. 오래 망가뜨린 역사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통해 복원되는 법이다. 미소냉전이 네 차례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40년이 걸렸고 쿠바와 미국의 관계복원이 수십 년이 걸렸던 것처럼 북미관계도 진전을 통해 평화가 온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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