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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S] 동맹 개편 속 위태로운 한국 해운사

Jacob, Kim 2017. 3. 27. 11:11




2017년 3월 25일자




[기사 전문]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새 막이 오른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기존 4개 체제였던 해운동맹이 3개로 개편됐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다음달부터 새로운 동맹의 이름을 달고 대양을 가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 제1선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을 맞은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국적 원양선사가 모두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하며 해운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난다.


◆ 3개 해운동맹 체제 '생존게임'


다음달 1일부터 세계 해운시장은 ‘2M’ ‘오션’ ‘디(THE)얼라이언스’ 등 3대 해운동맹 체제가 된다. ‘2M’ ‘O3’ ‘G6’ ‘CKYHE’ 등 기존 4개 동맹이 합종연횡한 결과다.

해운동맹은 해운노선과 선박을 공유하며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해운사들의 연합체를 말한다. 동맹에 가입한 선사들은 선복공유나 선복교환을 통해 동맹 해운사들의 배를 섞어서 운항한다.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세계 각국의 주요 해운사들은 운임을 비롯해 다양한 운송조건에 관해 5~10년 단위로 협정을 맺는다. 공고한 관계를 맺으며 오랜 시간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3개 동맹체제는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각 해운사들의 살아남기에 방점을 두고 꾸려졌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 없는 해운업황을 고려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화’가 필수적이었던 것.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MSC의 2M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을 주도하는 가운데 나머지 해운사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규모를 확보해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것 뿐이었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을 살아남기 위한 규모화에 돌입했다.

중국선사인 코스코(COSCO)는 지난해 3월 차이나시핑(CSCL)과 합병하면서 세계 4위 선사로 급부상했고 세계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CGM은 싱가포르의 넵툰 오리엔트 라인(NOL)을 흡수합병했다. 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오션 얼라이언스는 가장 넓은 기항지를 바탕으로 2M과 본격적으로 경쟁한다.

이와함께 일본의 3대 해운사인 NYK(니폰유센), K라인(가와사키기센), MOL(미쓰이OSK)은 오는 7월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하기로 했다. 글로벌 6위 규모의 해운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은 독일 하파그로이드, 대만 양밍 등과 디(THE)얼라이언스를 구성해 해운동맹의 한 축을 담당한다.



◆ 해운동맹 제외된 한국선사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해운업이 위기를 만났다. 우리나라 국적선사 중에는 새로 꾸려지는 3대 동맹에 속한 업체가 한 곳도 없어서다. 지난해만 해도 한진해운이 CKYHE의 주축으로 활동했었지만 파산하며 역사속으로 이름을 감췄다.

한진해운의 영업망을 인수한 SM상선은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해 생존이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타난다. 해운동맹이 재편되며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12척의 배로 제공하는 독자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화주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M+H Strategic Cooperation’ 본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가운데), 소렌 스코우(Soren Skou) 머스크라인 회장(좌측),

디에고 아폰테(Diego Aponte) MSC CEO(우측)가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G6에서 활동했던 현대상선은 2M과 ‘2M+H’라는 전략적 협력을 맺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해운동맹이라 보기는 어렵다. 머스크라인과 MSC가 선박공유(VSA)형태의 동맹인 반면 현대상선은 이들과 선복을 거래하거나 교환하는 형태로 협력한다.

현대상선은 2M+H 가입으로 현대상선에 할당된 선복량이 과거 G6에 속해 있을 때보다 약 22% 증가했다며 전략적 협력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업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선복교환형태인 미주 서안항로와 달리 선복매입형식인 미주 동안과 구주(유럽)에서 영업력을 키우는데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M+H의 계약기간 3년동안 현대상선은 미주·구주노선에서 선박 신조발주 등이 제한된다.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초대형 선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조건이다.

하지만 2M+H 가입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치킨게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2M의 그늘 아래서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개편된 해운동맹 체제 속에서 당분간 한국선사들의 영향력 축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다지기에 집중한다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ldbstl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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