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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한·일 균열은 동맹체제 붕괴 부른다

Jacob, Kim 2019. 8. 26. 19:51







2019년 8월 21일자





[칼럼 전문]





미국 내부 분열 시 존속 어렵듯

한·일 갈등은 美 동맹 균열 요인

美관여 줄수록 韓·日 협력 중요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존경받는 인물로 여겨진다. 1860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남부의 몇몇 주는 흑인 노예제를 고수하면서 미 연방에서 탈퇴하려 했다. 1858년 링컨은 남부 주들을 겨냥한 연설에서 “스스로 분열하는 나라는 존속하기 어렵다”고 선언했다. 이 유명한 연설에서 그가 얘기하고자 한 핵심은 ‘노예제 폐지 없이 미국 존속은 어렵다’는 점이다. 링컨은 노예제가 불법인 북부 주들과 합법인 남부 주들 간의 분열이 국가적 위기로 이어져 필연적으로 국가 존립을 위협할 것으로 봤다.


분열과 대립으로 온 세계가 혼란스럽다. 6·25전쟁 이래 남북 분단 상태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이런 현상은 전혀 새롭지 않을지 모른다. 분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글로벌 경제 파워로 부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후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는 데 부분적으로 역할을 한 덕분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사 갈등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평화와 번영도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은 분열과 갈등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내적으로 이민자 등에 대한 비난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대외적으로도 우방을 향해 논란을 촉발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반을 강화해왔다. 동맹국들이 공동의 안보에 기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맹국들의 분담이 적다고 일방적으로 불평해왔다. 미국의 적나라한 분열상은 과거 미국이 견지해온 균형과 인내라는 가치가 트럼프 시대 들어 저급한 논쟁과 아부성 발언으로 형해화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확장으로 인해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이 점점 더 위험한 국면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군사 동맹국들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겐 엉뚱하게 호의적 발언을 해 많은 미국인을 충격에 빠뜨린다. 역대 미 대통령은 안보 위협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자유화에 지지를 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로 북·중·러 지도자를 감싸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혼란상이 한·미 간에 안보적 측면에서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재발된 한·일 갈등은 더 큰 위협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동맹국 및 우방국들 간의 과거사 갈등에 대해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권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 들어 미국 내부의 정치 균열이 깊어지면서 과거와 같은 균형자적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은 한·일 양국이 왜 과거보다 더한 갈등상태에 빠지게 됐는지, 그것이 한·미·일 안보 공조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대응을 잘했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한·미·일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졌던 시기다. 1990년대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2012∼2016년) 말기에 서울과 워싱턴, 도쿄(東京)는 평양의 도발에 적절하게 대응한 바 있다. 북핵 위협이 커질수록 한·미·일은 3자 간 군사·정치적 공조를 긴밀히 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북·중 양국에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해왔던 미국이 최근 들어 제 역할을 못한 채 주변화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 시대가 끝나면 미국은 공동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동맹 강화 쪽으로 선회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한·일이 계속 충돌한다면 그간 한·미·일이 견지해온 자유와 인권, 법치, 갈등의 평화적 해결,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판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뿌리 깊은 우려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민주국가인 만큼 국민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 미국이 한·일 어느 한쪽에 무엇이 우려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밝힐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과거 미국 대통령은 한·일 갈등 때 양 정상을 초청해 문제의 핵심을 인식시키고 공동의 목표와 전략 아래 힘을 합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관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계속 갈등할 것인지, 공동의 위협 앞에서 공조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당위성이 더 커졌다. 한·일 양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나라의 시민으로서, 현재의 양국 갈등은 링컨 재임기 남북전쟁의 갈등보다 덜 심각하다고 본다. 한·미·일은 그간 견지해온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고 공동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상호간의 차이와 갈등을 반드시 신속하게 극복해야 한다.






존 울프스털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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