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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탈레반에 아프간 넘기고 떠나는 미국

Jacob, Kim 2019. 9. 5. 01:55







2019년 9월 3일자





[기사 전문]





미-탈레반 평화협정 합의…탈레반 요구 거의 수용
135일 내로 5400명 미군 1단계 철수
휴전 등은 탈레반-아프간 정부 협상에 넘겨
탈레반-정부 협상 따라 나머지 미군 철수





미국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등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미국이 사실상 탈레반에게 아프간을 떠넘기고 떠나는 내용이다.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아프간 평화협상 특사는 2일 아프간에서 미군 5400명을 20주(135일) 내로 철수하는 등의 평화협정을 탈레반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철수하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5개 기지도 폐쇄된다고 덧붙였다.

할릴자드 특사는 이날 아프간 텔레비전 <톨로 뉴스>와 회견에서 이렇게 밝히고, 평화협정 조인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할릴자드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이에 합의했다”며 “협정문은 완성됐다”고 밝혔다.

단계적인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탈레반은 아프간을 테러기지로 사용하는 외부 테러세력들을 불허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현재 1만4천여명의 미군을 아프간에 주둔 중이다. 5400명 철군은 1단계 철군에 해당된다. 나머지 잔여 병력의 철군은 탈레반과 현 아프간 정부의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할릴자드 특사도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서는 휴전협정은 없다며, 아프간에서 종전은 아프간인들 사이의 협상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향후 정부 구성 및 휴전을 놓고 평화협상을 갖는다. 할릴자드 특사는 노르웨이에서 열릴 “아프간 내부” 협상은 광범위한 정치적 타협 및 탈레반과 현 정부의 전투 종료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향후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탈레반은 현 아프간 정부를 괴뢰 정부라며, 그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미국-탈레반 평화협상에서도 배제했다. 탈레반은 향후 노르웨이에서 협상에서도 정부 대표를 개인 자격으로 취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탈레반 사이에 타결된 협정문에서 탈레반은 그들의 정식국호인 ‘아프가니스탄이슬람토후국’으로 지위가 부여됐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 쪽은 반군인 탈레반에 국제적으로 인정된 정부의 지위를 주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출마 중인 오는 9월28일 대선도 이번 평화협정에서 명시되지 않았다. 탈레반은 이 선거를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가니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도, 탈레반은 그 유효성과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가니 대통령은 할릴자드 특사로부터 보고받은 이번 평화협상안을 검토한 뒤 의견을 낼 것이라고 대변인이 밝혔다. 세디크 세디치 대변인은 이날 “그러나 우리에게, 의미있는 평화나 의미있는 평화로 가는 길은 폭력의 종식과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할릴자드 특사가 회견하는 동안에도 대형 폭발로 건물이 흔들리는 장면이 방영되는 등 탈레반의 공격은 격화되고 있다. 현재, 탈레반은 북부의 최대 도시인 쿤두즈에 대한 공세를 진행중이어서, 남부가 근거지인 그들의 세력이 북부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가 은거하던 아프간을 지난 2001년에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후 게릴라전을 펼치며 세력을 회복해 현재는 아프간 전역의 70%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9차례의 평화협상을 가져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9082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