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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동칼럼] ‘공식화’ 필요한 한·미·일 3각관계 - 반론

Jacob, Kim 2019. 9. 13. 01:01








2019년 9월 8일자





[칼럼 전문]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에 미국이 일본보다 더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우리의 GSOMIA 종료 결정은 미국이 일본의 경제침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사표현이었다. 지나치게 보이는 미국의 반응은 GSOMIA가 한·일 양자 협정의 범위를 넘어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전략적 구상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의 국제정치학자들과 전문가들은 GSOMIA 종료 결정으로 한·미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저명한 미국 대학의 한국인 교수도 한국 정부의 GSOMIA 종료 결정 때문에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신문칼럼을 쓰기도 했다. 우리 지식인들은 미국의 노여움만 걱정하고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별로 고민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에 대응하기 위한 6·25전쟁의 산물이다. 미국은 냉전 이전부터 논의되던 한·미·일 3각관계를 냉전이 종식된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구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각관계 구축을 위해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왔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한·미·일 3각관계가 한·미동맹의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서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상황에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한·미·일 3각체제가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해 반성적 검토를 하지 않은 것 같다. 한·미·일 3각관계 강화는 필연적으로 북·중·러 3각관계의 대항과 결속을 초래하면서 다시 동북아 상황을 냉전적 구도로 되돌리는 퇴행적 상황을 조성할 확률이 높다. 한·미·일 3각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일본의 안보적 역할을 강화하고 한국과 일본 간 군사관계를 결합시키려고 하는 미국의 시도는 냉전적 사고의 관성적 반복이다.

일본의 안보역할 강화가 한·미·일 3각체제의 필요조건이라면 한·일 간 군사관계의 강화는 그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GSOMIA는 한·일 간 군사관계 제도화를 위한 시발점인 것이다. GSOMIA 체결 후엔 한·일 간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한·일관계에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쯤 군수지원협정체결이 양국의 중요 이슈가 됐을지도 모른다. 만일 GSOMIA와 군수지원협정이 체결된다면, 그다음 수순은 한반도 방위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유엔사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일 군사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정치에서 일방적인 수혜란 없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한국이 한·미·일 3각관계로부터 북한의 남침에 대처하기 위한 도움을 받으려면 당연히 일본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을 할 때 상응한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센카쿠열도나 북방도서에서 일본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충돌이 일어나면 우리도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 방위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조금씩 대신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서 미국이 한·일 간 경제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정치적 결정에 따라 맺어진 공식적인 관계다. 한·미·일 3각관계는 정치적 합의와 결정이 없는 비공식적 관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미·일 3각체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같은 정치적 결정이 없이 한·미·일 군사당국 간 관계강화를 통해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미·일 3각관계의 목적과 대상 그리고 각국의 의무사항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미·일 3각체제는 사실상 비밀군사동맹과 같은 상태로 진입하는 것 같다. 책임과 의무가 분명하지 않으면 무제한적 의무를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북한의 남침만 생각하느라 한·미·일 3각관계가 지니고 있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군사적인 접근만 하다 정치적 과정을 건너뛴 것이다. 정상적인 민군관계가 작동하는 민주주의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밀동맹조약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비밀군사동맹과 비슷한 한·미·일 3국의 비공식적 군사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미·일 3각관계를 유지하려면 우리가 어떤 의무를 지며 권한을 누릴 것인지를 확인하는 공식적인 정치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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