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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세계와우리] 북·미 대화와 한국의 역할

Jacob, Kim 2019. 10. 1. 12:59







2019년 9월 19일자





[칼럼 전문]





강사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北 대미외교 외무성 중심 재편성 / 볼턴 떠난 후 美 입장 조정 관심사 / 韓, 북·미간 대화 구경꾼 돼선 안돼 / 남북관계의 모멘텀 살릴 ‘딜’ 필요





북·미 간 대화의 시동이 재차 걸리는 듯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월 말 북·미 간 실무협상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 역시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노이 회담의 충격을 어느 정도 회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회담에 적극적인 상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 미국 경제의 하락과 함께 재선을 앞둔 지지율 하락으로 무언가 성과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과의 대화가 사우디 석유시설 폭격으로 뒤로 밀려 있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지지율 회복을 위한 카드는 북·미대화이다.

실제 하노이 북·미 간 회담의 실패 이후 북·미 양국관계는 소강국면이었다. 그동안 북한 내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그간 대미협상 창구역할을 했던 통일전선부의 역할이 외무성으로 바뀌게 됐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로 최 제1부상 중심으로 대미외교가 재편성됐으며, 이 과정에서 회담실패의 당사자를 처벌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두 번째, 대미 협상전략의 변화이다. 그간 북한은 미국에 줄곧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완화를 요구해 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3월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까봐 부분적 제재해제를 요구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제재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어차피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상태에서 유엔안보리 제재는 해제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며, 그럼에도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완화를 요구해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변화는 한국이 해왔던 중재자 역할을 중국으로 옮겼으며, 남북관계 역시 북·중관계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이 요구해 왔던 제재완화의 시작점이었던 남북경협과 관련된 부분을 북한은 수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북·미대화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는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제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실무협의를 충분히 거친 후 정상회담을 한다, 그리고 빅딜 없이 스몰딜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과 ‘선 비핵화, 후 보상’을 주장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자리를 떠난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가 관심사다.

크게 두 가지 사안이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여전히 빅딜을 고수할지이다. 즉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의 태도로 돌아갈지 여부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주장했던 동시적, 단계적 해법을 수용했으며, 북한의 초기단계 비핵화와 미국의 초기단계 제재완화의 교환 가능성을 수용하고 있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로 볼턴 전 보좌관의 강경한 목소리가 반영돼 빅딜을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현 시점에서 과연 하노이 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두 번째는, 미국이 제재를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로 완화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조치를 체제안전 보장으로 바꾼 이유 중 하나도 미국이 제재완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새롭게 북·미 간 대화판이 짜일 상황에서 북·미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협상패키지를 안겨준다면 실무협의도 굴러가고 재차 한국의 중재역할도 부상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북한 측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안겨줘야 한다. 결국 이는 빅딜과 연관돼 있는 것이며, 하노이 회담으로 돌아가서 초기단계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 간의 등가성을 맞춰줘야 한다. 상응조치는 제재의 틀을 허물지 않는 범위 내의 금강산관광이나 인도적 지원 등이 해당될 수 있으며, 이에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주는 조치가 추가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살릴 딜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이 중시돼야 하며 북·미 간 대화의 구경꾼이 되지 않아야 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190919511819?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