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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기고] 트럼프 요구가 황당하고 부당한 이유

Jacob, Kim 2019. 9. 30. 02:20







2019년 9월 26일자





[칼럼 전문]





강사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고정칼럼 연재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24·25일 서울에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폭적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한국을 '무임 승차자'(free rider)로 불렀다. 그러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보다 8.2%나 올려 1조389억원을 받아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내년을 겨냥해 터무니없는 인상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지난 5월 초 플로리다 유세 연설에서 "군 장성들에게 그 나라 방위비로 우리가 얼마나 쓰는지를 물어봤더니 (연간) 50억 달러라고 하더라"며 "그러나 그 나라는 우리에게 5억 달러만 주고 있다. 무척 부자이면서 어쩌면 우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를 지키느라 45억 달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특칭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8월 9~10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에 앞서 '50억 달러'설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정확한 액수를 떠나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 자체가 예외적인 것이다. 본래 한미동맹에는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것이 없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는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부터 미국은 예외적인 특별 조치로 한국에도 주한미군 주둔 경비 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1년 1073억원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약 10배에 해당하는 1조389억원으로 치솟았다. 토지 임대료와 세금 감면과 같은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분담율은 70%를 넘는다. 그런데 같은 기간 주한미군의 병력 수는 약 4만4000명에서 2만8500명으로 줄었다.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지원에 직접과 간접 비용을 합쳐 5조4563억원을 사용했다. 반면 일본은 6조7757억원을 주일미군 지원에 썼다. 액수로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많이 쓴 것처럼 보이지만, 병력 수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군 1인당으로 환산해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2배 가까이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으로는 분담금 증액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공미증'(恐美症)과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고, 한국을 길들이는 유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그의 선의를 과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의 한반도 정책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보다는 국내 정치적 득실관계에 대한 판단 및 금전적 욕심에 따라 이뤄져온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있어서 당당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 둘째, 그래도 미국이 올려달라고 압박하면 버티기를 선택해야 한다. 합의를 거부하면 올해 분담금이 내년에도 자동으로 적용되게 된다. 셋째, 현재의 총액형을 소요 충족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이 마음대로 분담금을 전용하는 사례가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원문=동아시아재단(www.keaf.org) 정책논쟁 제124호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92702102369061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