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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포럼>축구 모욕도 금강산 철거도 도발이다

Jacob, Kim 2019. 10. 27. 02:14








2019년 10월 24일자





[칼럼 전문]





강사 :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시사안보칼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한국 시설물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것은 일종의 대남 도발이다. 7800억 원을 들인 대북 사업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지금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등, 탄핵 국면에서 외교 성과에 목마른 트럼프를 유혹하고 있다. 또, 핵 협상에서 제재완화·체제보장 등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밀어붙이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암시함으로써 미국을 협박하는 양동작전을 편다. 남북 관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사실상 ‘가짜’로 결론짓고 구태의연한 통미봉남·한국 패싱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치러진 2022카타르월드컵 축구 예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북한 측이 보인 거친 태클은 조폭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무례한 행패였다. 상호 존중과 페어플레이의 스포츠 정신은 간데없고 정치적 목적의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니, 유례를 찾기 힘든 ‘무관중·무중계’라는 치욕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우리 선수들이 이토록 모욕과 폭행을 당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유감 표명 한마디 없이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에 집착하자 굴종적 북한 스토킹이라는 국민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보유한 다종의 핵·미사일 및 방사포에 더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마저 갖추면서 대남 군사 우위를 확보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명백한 유엔 결의 및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임에도 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해 여론의 공분이 높다. 21일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장관은 9·19 합의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허언을 계속했고, 특히 서해 5도 해역의 북한군 전력을 공개한 국회의원에게 “적(敵)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해임 건의 등 문책 조치해야 마땅하다.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허한 ‘평화경제’를 또 반복했다.

지금 한반도 주변의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러시아가 전략폭격기와 최신예 전투기를 동원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또 침범한 것은 한·미 동맹이 느슨해진 틈을 타 우리의 대응 수준을 시험해 보려는 ‘도발적 작전’이다. 2차대전 직후 소련 봉쇄정책을 기안한 조지 F 케넌이 러시아의 전통적 외교정책에 대해 ‘강자에게는 물러서되 상대방의 약점을 활용하는 데는 민첩하고 능통하다’고 한 지적을 상기시킨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은 두 동맹이 다툴 때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지역 평화 관리 역할을 해오던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함으로써 터키의 손을 들어주었다. 1만1000명의 전사자를 내며 이슬람국가(IS) 섬멸 작전에서 함께 싸운 쿠르드족으로부터 ‘배신자’ 오명을 들으면서도, 분열되고 불안정한 쿠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만약 한·일 양국이 군사적 분쟁에 휘말린다면 미국은 어느 편을 들까? 감정적 반일에 집착하지 말고 동맹인 미국과 안보 현안을 긴밀히 협의, 공조해 나가야 한다. 국군의 독도 훈련에 미국이 ‘비생산적’이라고 한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미 동맹이 깨지면 대한민국은 고립무원, 힘의 공백 상태가 돼 핵무력을 가진 북한은 물론 중·일·러 열강의 각축장으로 급속히 전락한다. ‘자유는 힘의 열매’라는 투키디데스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024010735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