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기사, 사실은/안보강사란

[고시위크] [세상의 창] 방위비분담 협상과 한미 동맹 - 정승열 법무사

Jacob, Kim 2019. 11. 26. 22:58








2019년 10월 31일자





[칼럼 전문]





강사 : 정승열 법무사 (시사안보칼럼)





2차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의 홍콩·싱가포르·대만과 함께 떠오르는 아시아의 4마리용이었던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1996OECD 회원국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의 저력을 세계가 인정해준 성과이다.  

 

반면에 3대 세습왕조 북한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서 불량국가(rogue nation)로 낙인찍힌 정치집단이었다. 불량국가란 2차대전 직후 동서 냉전체제가 점점 이념이 불분명해지면서 20021월 부시 대통령이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북한, 수단, 시리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을 지목하여 사용된 용어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세계의 강력한 반대와 비난에도 강행한 수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하여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면서 세계 정치지형을 바꾸는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부를 자산으로 삼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면, 북한은 핵무기 하나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여러 나라는 집단 혹은 지역별로 조약과 협정을 맺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동안 한미일 동맹을 축으로 했던 삼각체제가 붕괴할 위험을 맞고 있다. 한미 양국은 19537월 휴전협정이 체결된 그해 10월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고, 19667월에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을 체결했다. 한편, 2016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 군사보호협정(GSOMIA)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하여 우리가 지난 8월 파기를 발표하자, 미국은 극구 반대하는 등 한미일 삼각 축이 붕괴 직전인 데 반하여 북한은 핵 개발을 넘어 소형미사일을 통한 핵전력 강화로 북··러의 동맹 강화는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먼저, 미군주둔 방위비 부담문제는 1980년대 들어 재정적자에 빠진 미국이 전 세계 미군 주둔 국가에 비용분담을 요구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국가들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1987년 일본이 맨 처음으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미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이것을 빌미로 우리 정부에게도 경비 분담을 요구해서 1991년 제1차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게 되어 지금까지 미국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맺어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은 1991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정식조약으로 처음 발효된 이래 2014년까지 3년 주기로 9차례 체결됐는데, 20149차 한미방위비 분담금은 2018년까지 5년 동안 매년 9,200억 원으로 2013년보다 5.8% 오른 금액이었으며, 연도별 인상률도 전년도 분담금에 지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여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해졌었다.  

 

그런데, 트럼프 집권 이후 세계정세가 크게 변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유세 때부터 미국의 동맹국이 안보이익의 대가로 충분한 방위비를 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한국일본을 거명하여 미군 주둔 방위비를 100% 내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화를 용인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차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총액 1조 원을 넘길 수 없고, 9차 협정의 유효기간이 5년이었던 만큼 다년 계약을 요구했지만, 10억 달러, 유효기간 1년이라는 미국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가 간 동맹은 전통적인 이념이나 우의에 기초하지 않고 냉정한 국가이익(Nation Interest)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공내전에 밀려서 대만으로 쫓겨간 자유중국 대신 중공을 대표국가로 받아들인 것에서 잘 알 수 있지만, 트럼프 취임 후 국제질서는 더욱 실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중국을 비롯한 EU 등 세계 각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는 김정은에게도 주한미군 전면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특히 북미는 세 차례 정상회담했지만 상황은 이미 핵보유국을 넘어서 소형미사일을 통한 핵전력이 강화된 북한에 미국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지금 한반도의 중심 축도 분명히 북한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방위비를 타결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간파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이라는 소소한 문제가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북한 비핵화 현상 유지를 빌미로 반미시위와 대북제재에 반기를 들고 있는 우리 정부를 외면하고 북한과 수교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정책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요구를 우리가 거절할 때 즉각 주한미군을 철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것은 북한이 줄기차게 추진해온 봉남통미정책(封南通美政策)의 실현이어서 김정은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북한에 적극적인 현 정부는 어쩌면 전시작전권 회수와 방위비 협상 무산으로 미군의 철수 결정을 그동안 차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던 중 고마운 소식이라며 덥석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 저변에는 좌파세력이 주한미군 철수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최근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9명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하며 주한 미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미 동맹 균열이 확실해질 시기는 트럼프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위하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완전중단하겠다고 발표할 때인데, 필자의 의견으로는 주한 미군 철수를 결정한다면 우리는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겠다며 협상력을 높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게 이런 발표를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서 걱정이다.






[정승열 법무사]






원문보기: http://www.gosiweek.com/9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