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기사, 사실은/안보강사란

[서울경제] [한반도24시]한국 미래 위협할 수 있는 '3가지 외교 쓰나미'

Jacob, Kim 2019. 11. 27. 00:28







2019년 11월 10일자





[칼럼 전문]





강사 :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미 비핵화 협상 지지부진하고

한일 관계는 최악···출구 안 보여

미중분쟁으로 對中 수출도 불똥

위기극복 전략 시급히 마련해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구약성경 전도서(傳道書) 1장에 나오는 글이라고 한다.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교훈을 얘기할 때도 쓰인다. 유례없는 위기라고 하지만 과거의 교훈을 새기지 못해 또 당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현상들은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를 직접 만나거나 ‘아름다운’ 편지 교환을 통해 우리 머리 위로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핵 문제를 자신의 전리품처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안보적 이익을 공유해왔다고 생각해온 이웃국가 일본과는 거의 ‘이혼’ 단계에 와 있다.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일컫는 미중 갈등은 무역·기술 전쟁을 넘어 군사안보 분야까지 확대돼 점차 한반도로 침투해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새로운 위기에 대비돼 있나.

지난달 북미 스톡홀름 실무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고 난 후 북한 비핵화는 다시 갈 길을 잃고 멈춰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후 북한 비핵화는 어떤 의미 있는 성과도 내지 못했다.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는 물론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담을 로드맵 협상도 시작하지 못했다. 북한은 방대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모든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재선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을 자신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면서 내년 선거까지 김 위원장이 ‘충실한 연인’으로 남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김 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에게 기회가 왔고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탄핵 정국을 주시하면서 가장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에 도발 위협과 3차 정상회담 카드를 내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나쁜 합의를 할지, 아니면 다시 ‘화염과 분노’의 칼을 김 위원장에게 들이댈지 예상하기 어렵다. 어느 경우든 북한 비핵화는 사라지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는 늘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최악인 적은 없었다. 일본이 역사 문제와 무관한 경제보복에 나서자 우리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한일 갈등 중재에 관심이 없었고 지소미아 폐기로 충격과 실망을 느낀 미국 정부는 일본보다 우리에 대해 불만을 더 토로하는 느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보려 단단히 마음먹은 듯하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 내민 ‘구애’의 손길도 잡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깜깜한 터널의 출구는 아직도 멀어 보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더욱 약해지며 북중러의 3각 연대는 이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이미 대중 수출에 지장을 초래하며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의 중국 화웨이 5세대(5G) 통신장비 불매 요구는 미중 간 기술경쟁이 우리에게 어떤 난감한 상황을 초래할지 맛보기가 됐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하고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동맹 리스크가 될지 모른다. 방위비 분담, 전작권 전환 갈등으로 이미 허약해진 한미동맹 앞에 새로운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한민국을 향해 일찍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외교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집안싸움에 정신이 팔려 집 밖에 불이 난 것도 몰라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미래가 걸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원문보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VQQT2S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