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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국민일보] 치밀하게 계산된 北도발…‘감시사각’서 해안포 날려

Jacob, Kim 2019. 11. 29. 01:48







2019년 11월 27일자





[기사 전문]





북, 연평도 9주기 추모행사 20~30분 전 해안포 발사





북한이 지난 23일 서해 접경지역인 창린도에서 실시한 해안포 사격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도발로 분석된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한국군의 추적·감시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창린도를 발사 장소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 발사 이틀 뒤에야 사격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는 한국군의 정보수집 능력과 군사적인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창린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18㎞쯤 떨어져 있다. 북한이 해안에 있는 벼랑 아래 갱도나 가림막에 해안포를 숨겨 놨다가 기습적으로 사격할 수 있는 곳이다. 해병대 6여단이 지키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그 아래 대청도, 소청도에서 창린도의 군사 동향을 관측하기는 까다롭다. 창린도에서 북서쪽으로 40여㎞ 떨어진 백령도에서 보면 창린도는 다른 섬(기린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창린도 남동쪽으로 50㎞쯤 떨어져 있는 연평도에 있는 연평부대에서도 황해남도 강령반도에 가려진 창린도를 관측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 중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창린도에서 남동쪽을 향한 듯한 붉은 선을 그려놓은 지도를 앞에 놓고 군인들에게 지시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사진에 비춰 북한은 관측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해 창린도에서 NLL 방향이 아닌 남동쪽으로 해안포를 쐈을 가능성이 있다.

발사 시점은 해병대가 지난 23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전 9주기 추모행사를 시작하기 20~30분 전이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사 인지 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략 오전 10시30~40분”이라며 “미세하게 음파를 탐지했다”고 답변했다.





북한은 사격 이틀 뒤인 지난 25일 김 위원장이 예고 없이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는 점을 내비치며 해안포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25일은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이었다. 북한이 대남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25일에 맞춰 발사 사실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은 재래식 무기 발사로 도발 수위를 조정함으로써 북·미 비핵화 협상 판까지 깨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 사실을 공개한 뒤에야 9·19군사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군 당국이 해안포 사격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거나 남북 관계 악화를 고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발사가 이뤄진 탓에 국방부는 해안포 몇 발을 어느 방향으로 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정 장관은 법사위에서 김 위원장 동선을 확인했냐는 질의에 “해안포 도발을 하려는 것까지는 특정할 수 없었지만 여러가지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해안포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또 9·19군사합의 폐기 여부에 관해 “북한 비핵화가 중요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인내할 수 있는 만큼 인내하고 (북한이) 그 선을 넘지 않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 핵·미사일 시험이 자위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 무력은 이미 미국 본토 전체를 안에 두고 있으며 그 완성도는 높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리벳 조인트(RC-135V) 정찰기는 서울 남쪽 상공에서 인천 방향으로 비행하며 대북 정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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