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9일자
[기사 전문]
미국 ‘지나친 자극’ 피하려 도발수위 조절 분석
美전략자산 정찰 위한 위성용 엔진시험 가능성
다핵탄두 ICBM용 엔진개발 시나리오도
軍 “한·미 정보당국 정밀분석 중”
미군은 北발표 다음 날 정찰기 띄워 대북감시
북한이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이후 북한 관영매체는 관련 소식이나 사진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만 지난 8일 단신으로 시험 사실을 전한 뒤 잠잠한 상태다. 연말까지는 도발 수위를 조절하며 최대한의 보상을 얻기 위한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최근 대북 강경 기류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략적 지위 변화’까지 거론한 중대 시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이 2017년 3월 18일 이번 시험 장소와 같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당시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사실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이 엔진 개발에 참여한 간부로 보이는 사람을 등에 업어주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시험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만 보도했으며 김 위원장의 반응도 전하지 않았다.
북한의 침묵은 북한 스스로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까지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으며 협상 국면을 지속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할 경우 북한이 꺼낼 압박 시나리오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은 2017년 시험 때에는 신형 엔진이 화염을 뿜는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시험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시험 전후의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위성용 로켓에 탑재할 엔진 연소 시험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은 지난 7일과 8일 동창리 시험장을 찍은 상업위성사진을 비교하며 “북한이 로켓 엔진 테스트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소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로 (시험장 주변) 땅이 휘저어진(disturbed)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정찰위성을 띄우는 데 필요한 신형 엔진 시험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옛 소련의 RD-250 엔진을 모방해 만든 기존 액체연료용 ‘백두산 엔진’ 4개를 결합한 위성용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찰위성 띄우기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과 공격 좌표를 상당한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의 기술력만 갖고도 500㎏ 이상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며 “백두산 계열 엔진 4개를 결합할 경우 웬만한 대형 위성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핵(多核)탄두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탄두를 날릴 수 있도록 백두산 엔진 6개를 결합해 추력을 높인 신형 엔진 시험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시나리오다.
한국군 당국은 9일 “현재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며 북한의 중대한 시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는 대북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미 공군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는 이날 수도권 상공 등을 비행하며 대북 정찰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012144&code=6111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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