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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광군제 '열광', 코세페는 '시큰둥'…이유는?

Jacob, Kim 2020. 1. 5. 22:53







2019년 11월 13일자





- 1년 준비 광군제…한해 성적 직결돼 전사적 역량 집중
- 정부 주도 탄생 코세페, 구색 맞추기 급급…체감 혜택 ↓
- 규제 일변도 정책도 유통사 참여 의욕 낮춰




[기사 전문]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와 국내 쇼핑 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 간 희비가 엇갈린다. 대규모 쇼핑 행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하고 싶은’ 행사와 ‘해야 하는’ 행사라는 간극에서 발생하는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진행한 광군제는 하루 만에 거래액 2684억 위안(약 44조62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보다 25.7%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코세페의 존재감은 희미하기만 하다. 참여기업이 660여 개로 지난해 451개보다 늘어나고, 올해 처음으로 민간이 주도해 진행하고 있지만 전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행사는 태생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행사의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다.

광군제는 지난 2009년 독신을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달래자는 취지에서 행사가 시작됐다. 첫해 성적은 5200만 위안(85억원)으로 좋지 못했지만 점차 행사 규모를 키워가며 글로벌 쇼핑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알리바바의 전사적인 노력이 집약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날의 성적이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알리바바는 단 하루 행사를 위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당연히 소비자 및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코세페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낸 인위적 행사로 시작했다. 참여 회사들은 코세페를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불참했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참여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이제는 민간에 이양돼 진행하지만, 주체에 정부 측이 포함돼 있는 만큼 여전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역시 참가자들의 동기를 사라지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번 코세페 준비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약매입 지침 강화 문제로 백화점들은 참여를 고민했다. 백화점의 요청에 의해 판촉 행사를 할 경우 비용 50%를 백화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라, 행사를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할인보다는 일시적 이벤트만 진행했다. 이번 코세페 기간에만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 내년 1월 1일부터 특약매입 지침 강화가 시행되는 만큼 업계 볼멘소리도 크다. “내년부터 세일이나 행사가 위축·축소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탄식도 나온다.




코세페에 참가할 기업 모집도 행사 3개월 전부터 하고 있어 짜임새 있는 진행이 어렵다는 점도 광군제와 차이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대규모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코세페의 묘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규모의 차이 역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부분 직매입을 하지 않는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의 유통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이 코세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할인이 아니라, ‘할인을 위한 할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너도 나도 하고 싶은 행사가 돼야 더 나은 혜택을 고민하면서 진정성 있는 참여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해 소비자들의 체감도도 낮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코세페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역사가 짧은 데다 소비 심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류를 이용하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과 연계하는 등 시장을 해외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근본적인 한계는 있지만 국가 산업적 측면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안정화까지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시장 규모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류로 해외 소비자를 잡는 국가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여러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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