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4일자
[칼럼 전문]
임민혁 논설위원→북한 권력자 김 상우
2차대전 때 독일 히틀러는 연합국 세 거두(巨頭)를 한꺼번에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이 1943년 11월 테헤란 회담에 참석한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그랬다. 작전명은 영어로 '롱 점프'. 독일 특공팀은 낙하산을 타고 테헤란에 잠입해 거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중 스파이였던 보급품 전달책이 영국에 계획을 흘리면서 특공팀은 작전 개시도 못 하고 사살당했다.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은 '머리를 분리한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적의 핵심 수뇌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말한다. 사살뿐 아니라 생포·축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적 명령 체계를 와해시켜 단숨에 승기를 잡을 수도 있고, 아예 전쟁을 예방할 수도 있다. 미국이 알카에다 빈라덴과 IS 알바그다디를 사살한 '제로니모' '케일라뮬러' 작전은 참수 작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수 부대를 투입하는 전통적 방식 외에 최근에는 드론 폭격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참수 작전 개념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은신처,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보안 등 변수도 많다.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진시황 암살 지령을 받은 자객 형가는 움켜쥔 진시황의 옷소매가 찢어지는 바람에 비수를 꽂지 못했다. 독일이 유고슬라비아의 반(反)나치 리더 티토를 제거하려던 '나이트 무브' 작전도 티토가 막판에 극적으로 탈출하면서 실패했다. 영국은 히틀러 별장을 폭격하려던 '폭슬리 작전'을 격론 끝에 보류했는데, '군사적 오판을 거듭하던 히틀러가 살아있는 게 전쟁을 빨리 끝내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제 신문에 한·미 특전대원들이 함께 참수 작전 훈련을 하는 사진이 실렸다. 교전 과정에서 북한군 역을 맡은 군인들이 쓰러지고 흰색 셔츠를 입은 목표 인물이 포박당해 끌려 나오는 모습까지 나온다. 북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지만 미군이 의도적으로 공개했다고 한다. 북이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핵을 가진 집단에 대한 참수 작전은 테러 집단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실패해도 문제, 성공해도 끝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꺼낼 수 없는 카드다. 미국이 진짜 작전을 실행할 생각이 있다면 이런 훈련 장면을 공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북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실낱같은 가능성에도 전전긍긍하는 게 독재자들의 습성이다. 김정은도 잠자리가 편치는 않을 것이다.
[임민혁 논설위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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