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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리더스카페]미국의 몰락은 시작됐다…2030년 대단원

Jacob, Kim 2020. 1. 13. 00:08







2019년 11월 14일자





[기사 전문]





'연착륙은 없다’…미국의 완전한 몰락 예견,
첩보와 비밀공작 국가 시스템 실패 지적
감시· 사찰, 마약밀매, 고문 등 부작용 초래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에선 첨단기술 실험
맥코이 교수, 미국 몰락의 5개 시나리오 제시,
트럼프 고립주의 정책은 상황 더 악화시킬 수도









“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며 그토록 의기양양하게 선포했던 ‘미국이 세기’는 2025년 무렵 이미 빛이 바래고, 2030년이면 대단원을 맞이할 것입니다.”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역사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앨프리드 맥코이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역사학 석좌교수는 미국은 예상보다 훨씬 급격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2030년 미국 패권의 종말을 기정사실화한다.

세계적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미국은 군사적·경제적·문화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어떤 것도 위협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의 지속적 패권을 당연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맥코이는 ‘대전환’(사계절)에서 미국 패권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종말을 보여주는 징후들을 열거해 나가는데, 무엇보다 미국의 거대한 첩보와 비밀 공작 시스템을 실패의 요인으로 본 게 새롭다.

이는 맥코이가 위협을 무릅쓰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취재하며 밝혀낸 분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 사이의 헤로인 중독이 CIA가 주축이 돼 미국정부와 동남아시아 군벌, 게릴라 조직 등이 얽힌 거대한 사업임을 폭로한 건 유명하다. 맥코이는 미국의 이런 비밀공작이 북중미의 쿠바, 중동의 이라크와 중앙아시아의 아프카니스탄 등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 제국의 설계는 1898년 미국스페인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고립주의에서 탈피, 태평양의 하와이와 괌, 필리핀,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같은 섬들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시작된다. 특히 필리핀 정복은 제국의 시스템을 갖추는 실험실로 작용했다. 현지에 대한 정보와 첩보 없이 험난한 지세와 적대적 주민, 게릴라에 맞서 진땀을 빼던 미국은 정보의 중요성에 착안, 훗날 미국에 적용될 군사정보부, 메크로폴리탄경찰청을 창설, 수십만 명의 정보카드를 만드는 정교한 정보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는 베트남 전쟁에선 전산화된 정보관리 체제로 바뀐다.

미국은 식민지를 군사기지화하면서, 이들을 직접 경영하기 보다 현지 엘리트층을 포섭, 위탁 통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민간전문가를 자문역으로 파견해 치안, 공중보건, 국방 등 각 분야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효과적인 제국의 운영 방식을 구축하게 된다.

저자는 ‘현지 엘리트를 통한 식민지 대리 통치’‘강력한 군대와 해외 군사기지’‘안보기구의 감시·사찰’을 미국의 세기를 지탱한 기둥으로 본다. 비밀공작, 군사개입, 마약밀매, 고문은 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킨 도구였다.




특히 ‘제4의 권부’로 불리는 85만명에 달하는 연방수사국(FBI)와 중앙정보국(CIA)은 제국의 힘을 유지시키는 심장이었다. 저자는 CIA가 이탈리아, 일본, 칠레와 니카라과 등 다수의 국가에서 81차례 선거에 개입했으며, 세계 주권국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나라에서 군사 쿠데타를 획책했다고 제시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이슬람 원리주의와 아편을 이용해 소련군을 몰아내고 니콰라과에서는 콘트라 반군과 코카인 밀매를 조종해 정권을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하면서, 이젠 미국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맛본 실패는 워싱턴이 비밀작전의 세계에서 통제력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패권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지표”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이 개입한 전쟁들이 한편으론 기술개발을 실험하는 장으로 쓰였음도 밝힌다. 베트남전은 미국이 패배했지만 “미래의 전자전장을 향한 기술발전의 첫 획을 그은 사건”이었으며, 이라크전에선 “생체인식 장치 뿐 만아니라 드론 전쟁을 테스트하고 완성하는 시험장”이었다는 것이다.




고문과 사찰 등 워싱턴의 도덕적 권위의 추락을 위시해 유라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우위 상실, 중국의 등장과 800개가 넘는 해외 군사기지 유지의 어려움과 불가피한 단계적 철수 등 몰락의 징후들은 이어진다.

저자는 2030년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는 다섯개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우선 미국의 리더십이 추락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독자주의가 강화되고 미국의 뜻이 일방적으로 각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세계가 강력한 패권국에 의존하지 않고 다자적 거버넌스, 자유무역, 인권, 주권존중이라는 핵심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온건한 미래와 테러· 슬럼화된 도시가 일상화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이 시나리오 안에 공존한다.

경제하락 시나리오는 미국의 셰일혁명이 실패하고 달러가 준비통화 특권을 상실하며 국방에 쓸 돈은 점점 달리고 전 세계 총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다.

해외 군사작전이 참담하게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미군이 북아프리카부터 일본까지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이스라엘, 시리아, 한반도의 긴장국면으로 인해 군사적 재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짧은 바이오그래피를 프롤로그 격으로 삼은 데 있다. 1945년 미국의 승리의 시기에 태어나 중산층 가정의 여러 해택을 누렸지만 아버지 세대의 참전과 그 후유증, 반전시위 참가와 험난한 연구과정 등은 제국의 어두운 이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meelee@heraldcorp.com




대전환/앨프리드 맥코이 지음, 홍지영 옮김/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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