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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강대국 각축전 된 리비아 내전… 갈 길 먼 영구 휴전 - 머나먼 다리(A too far bridge)가 되어버렸다.

Jacob, Kim 2020. 1. 25. 20:54








2020년 1월 21일자





[기사 전문]





10여개국 베를린서 중재 회담 열고 내전 개입·무기수출 금지 합의했지만 이해관계 얽혀 미봉책 불과할 듯





리비아 내전 중재를 위해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회담에서 10여개 국가 지도자들은 내전 개입 및 무기수출 금지 조치를 준수하고 영구 휴전을 위한 후속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각국이 내전 당사자인 리비아통합정부(GNA)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진영으로 갈려 군사적 지원을 이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참가국은 리비아 내전과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담에는 두 사람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각국을 대표해 참석했다. GNA와 LNA 측은 지난 13일 푸틴의 중재로 휴전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GNA의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와 LNA를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도 이날 회담 참석을 위해 베를린에 왔지만 끝내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서로 말을 하려 들지 않는다”며 “그들은 같은 방에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담으로 리비아 사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저 새로운 추동력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불완전성을 인정한 것이다.


GNA와 LNA가 회담으로 조성된 전투 소강상태를 전열을 정비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터키 지원을 받는 GNA 병력이 주둔 중인 수도 트리폴리에는 친터키 시리아 반군 전투기 수백대와 터키 방공미사일 시스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비아 동부 유전지대 등 국토의 4분의 3을 장악한 LNA의 거점 벵가지에 해외에서 지원받은 새 무기가 도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LNA 지지 무장조직은 전날 주요 원유 수출항을 봉쇄하며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2011년 제거됐지만 통일된 민주정부는 9년째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2015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GNA를 출범시켰지만 국민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고 그 사이 유전지대를 장악한 하프타르 장군은 빠르게 세를 불렸다. LNA가 지난해 4월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리비아는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휴전 협정이 꼬이는 이유는 주변국과 강대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양대 세력을 제각각 편들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리비아를 식민통치했던 이탈리아는 트리폴리 근처에 국영 석유회사 공장을 가지고 있어 GNA를 지지한다. 반면 프랑스는 아프리카 테러단체 소탕에 힘을 보태준 LNA를 지원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LNA에 지원군을 파병했다. 유럽연합(EU)의 분열을 노리는 러시아는 내전이 확대돼 리비아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 난민 수용 문제로 유럽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GNA를 지지하면서도 석유 때문에 유전지대를 장악한 LNA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의 분열도 영구 휴전을 방해한다. GNA 최대 지원 세력은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이다. 터키는 GNA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반면 세속주의 왕정국가 사우디아리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터키의 팽창을 우려해 LNA를 편들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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