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4일자
[칼럼 전문]
미 국가정보국(DNI)이 2004년 전문가 수백 명을 참여시켜 '2020년 세계 예측' 보고서를 작성했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 가능한 핵 탑재 미사일 개발' '미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미 우선주의 부상'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혔다. 미 시사 주간지 애틀랜틱은 "오늘날 세계 모든 것이 생각만큼 예측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썼다.
▶과학자는 일종의 예언가다. 어떤 가설을 세워 미래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발견될지 예견한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제기한 중력파(重力波) 이론은 100년 뒤 입증됐다. 14억년 전 블랙홀끼리 충돌해 발생한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한 사실이 2015년 미국에서 관측돼 세계 과학계가 환호했다.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1705년 "대혜성이 1758년 나타난다"고 한 예측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기후학자들은 가까운 미래보다는 먼 미래의 기후변화 예측에 몰두한다. 30~100년 뒤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몇 도 오를 것이라는 논문은 많지만 1~2년 뒤나 5년 뒤 기온 변화를 예측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후가 원래 장기적 날씨 변동을 다루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단기 전망은 금세 검증되기 때문에 틀리면 평판이 훼손된다는 심리적 부담 요인도 있다고 한다.
▶미 백악관이 최근 발표한 자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 추정이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3개월 뒤를 내다본 초단기 예측이다. 미 유수 대학의 감염병 예측 모델을 참고해 백악관이 직접 추정해보니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 올 6월 말까지 10만~24만명이 숨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1차 세계 대전 사망자가 11만, 베트남전 9만, 한국전쟁 5만4000명이다.
▶그런데 실제 사망자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0만~20만명은 미국 전체 인구의 3~5%가 감염돼 이 가운데 1% 안팎이 사망할 경우 예상되는 수치다. 3일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25만명, 사망자는 6000명을 넘었다. 현재 사망률이 2.5%인데 1% 정도로 잡은 것은 낙관적 측면이 있다. 감염병 사망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특징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만~20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아주 잘한 일"이라고 했다. 10만도 엄청난 희생이지만 지금은 그나마 이 예측 정도로 막을 수 있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박은호 논설위원 uno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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