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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왜 동유럽이 서유럽보다 코로나 잘 막았을까

Jacob, Kim 2020. 4. 27. 21:21








2020년 4월 13일자





[기사 전문]





ㆍ확진·사망자 수 월등히 적어

ㆍ열악한 의료, 선제 대응 불러

ㆍ냉전 사회주의 문화 영향에

ㆍ시민들 통제방침 더 잘 따라





지난 2월 이후 유럽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상륙했을 때 전문가들은 부유한 서유럽 국가에 비해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의료장비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급여를 찾아 의사·간호사들이 서유럽으로 빠져나간 상태여서 대응 능력이 취약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 현황을 집계하는 월도미터스에 따르면 13일 오후(한국시간) 스페인의 100만명당 사망자는 368명, 이탈리아 329명, 벨기에 311명, 프랑스 221명, 영국 156명이다. 서유럽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36명이다. 반면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는 16명, 체코 13명, 헝가리 10명, 폴란드 6명, 슬로바키아 0.4명이다. 100만명당 확진자 수도 동유럽 국가들이 적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서유럽 국가의 병원에 환자들이 넘치고 장례사들은 시신을 처리하느라 바쁘지만 동유럽 국가는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해 봉쇄조치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국가들보다 피해가 적은 것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선 지난달 24일에야 이동금지와 상점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체코는 확진자가 112명이던 지난달 12일 국경 차단, 휴교령, 관광 중단 등의 봉쇄 조치를 내렸다. 슬로바키아는 확진자가 61명이던 지난달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냉전시대 구 사회주의 국가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euractiv)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동유럽과 달리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동유럽 시민들이 자가격리와 봉쇄령을 더 잘 준수했다”고 했다. 체코의 봉쇄 전략을 짜는 데 참여한 페트르 파벨 장군은 구 사회주의 국가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국가의 명령을 수용하는 데 더 익숙하다고 했다.


동유럽은 서유럽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스마트폰을 통한 확진자 추적 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폴란드는 위치 추적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의무화했고 자가격리자 감시를 위해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도 국가기관이 바이러스 추적을 위해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서유럽이 선진국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대응이 늦었다는 해석도 있다. 폴란드 싱크탱크 국제문제연구소의 스와보미르 데브스키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서유럽 사람들은 앞선 기술과 좋은 의료시스템을 믿고 자신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고 했다.


다만 동유럽 일부 국가에선 방역을 핑계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집권 피데스당은 지난달 30일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정부가 무기한으로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불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2일 “허용 한도를 넘어서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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