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6일자
[칼럼 전문]
한국의 21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산업화를 대표하는 보수세력과 민주화를 대표하는 진보세력이 주류의 자리바꿈을 하였다고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총선은 단순히 코로나19 사태로 집권 세력이 힘을 얻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무언가 시대의 흐름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분단체제 특징상 보수와 진보의 대결점은 늘 남북관계에 찍혀 있었다. 한마디로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갈려 있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역시 남북이 벌인 이념 대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남북 그리고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념의 대결을 벌인다고 해야겠다.
한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는 보수의 강력한 무기로서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국내 정치를 컨트롤하는 ‘만능 보검’이나 다름없었다. 북한 역시 그런 남한과 ‘적대적 공존’ 관계를 이루었고, 그리하여 남과 북은 모두 대결의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충분히 이용했던 것이다. 이 남북관계를 장식해온 이데올로기도 지상의 가치를 띤 것 같지만 결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이데올로기는 한국의 총선이나 대선에 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여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곤 하였다. 지금은 차치하더라도 멀리 박정희 전 대통령도 대선에서 ‘남로당 전력’과 ‘사상 검증’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이데올로기로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사건건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어찌 보면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스스로 사라져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번 21대 총선도 초기에 제1야당의 당 대표가 ‘태극기 부대’와 손을 잡으면서 다시 역사가 재현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지난 여느 때와 다른 것 같았다. 지난 몇해 아스팔트 길을 메우며 기세를 부리던 태극기 세력은 지리멸렬할 만큼 참패를 당했다. 메가톤급 위력을 발산할 것 같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도 유야무야 맥을 잃었다. 보수세력을 가장 강력하게 집결할 수 있는 북한 이슈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깨진 레코드판처럼 반복하던 “종북”, “빨갱이”와 같은 슬로건이 시대의 버림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한반도가 지난 수십년 동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21대 총선이 바로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집권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넘겼다는 의미보다도 민심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제재 국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겪지 못하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이 오늘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으킨 변화가 버팀목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지난 수년 동안 문재인 정부와의 경이로운 이변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이룬 것이다.
남북관계의 ‘천시, 지리, 인화’에서 한국의 21대 총선과 민심은 이미 새로운 변화를 예시하는 ‘천시’를 이루고 있다. 남북은 지난 역사의 흐름을 이어 다시 경이로운 이변을 연출할 남북협력의 ‘지리’와 남북화해의 ‘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세계는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간다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나라들이 자가격리하여 크고 작은 섬에 갇혀 있다.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번영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성곽 시대’ 사고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키신저의 말을 빌리면, 코로나19 사태 후 글로벌화가 좌절당한 세계는 분명 다른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각자도생하는 흐름은 남북관계에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회와 공간을 부여할지 모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징이 ㅣ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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