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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생존 위기' 대형마트에 '상생 강제'하는 국회

Jacob, Kim 2020. 7. 19. 00:26

 

 

 

 

 

 

2020년 6월 11일자

 

 

 

 

 

 

출점 제한 연장·지역 고용 의무화 등
규제 강화 기조 개정안 발의 잇달아
업계 "온라인에 치이고 코로나 직격탄"
현실 외면한 정책…산업 경쟁력 악화

 

 

 

 

 

 

[기사 전문]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유통 대기업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출점 제한을 연장하고 지역상권과 상생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쇠락에도 규제 완화가 아닌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졌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 3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전부 대형 유통업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10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지역 중소기업과 상생을 의무화하고 출점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현행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심의회로 변경하고,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의견제시권이 아닌 심의·의결권을 부여해 권한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심의안 부결에 따라 대형마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협력계획서에도 지역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지역 고용 활성화 내용을 의무화했다.

심의회는 이 같은 이행 실적을 정기적으로 평가·점검해 공개한다. 또 기초단체장에 개선권고 이행명령권과 불이행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권도 신설했다. 유통 규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미래통합당 이주환 의원 역시 지역협력계획서 지역상권 상생과 고용 활성화를 의무화하고 이행명령을 부과하는 법안을 8일 대표 발의했다.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출점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민주당 이장섭 의원과 어기구 의원의 개정안 모두 올해 효력이 만료되는 전통시장 1㎞ 내 대형마트·기업형슈퍼 출점 제한 존속 기한을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담았다. 애초 정부는 해당 조항의 효력을 3년 연장하는 안을 내놨지만 국회는 이보다 많은 5년 연장안을 택했다.

이 의원은 “규제 종료 시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가 골목상권까지 무차별 침투, 상권 일대를 고사시키고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이 골목상권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을 앞세운 규제 일변도 입법에 유통업계는 극심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에 치이고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대형마트의 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족쇄라는 항변이다. 지역협력계획서의 경우 유통법에 따라 상생협의를 마쳤어도 대·중소기업 상생법에 의해 다시 상생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중 규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규제 개선보다는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규모 점포 규제가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유통산업 생태계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롯데마트는 올해에만 16개점을 폐점한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정치권에선 이제 폐점을 비판하는 움직임까지 엿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우정 SSG닷컴 대표는 지난 10일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통법 규제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도 일방적 규제보다 규제 당국과 대기업, 중소협력사가 자유롭게 유통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개정안은 생존 위기에 몰린 유통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규제에 매몰된 유통 규제와 정책이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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