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6일자
[칼럼 전문]
물론 주한미군 철수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절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비를 하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넘치는 추진력 때문이다. 비용을 넘어서 이면에 작동되는 시스템의 의미를 모르면 표면적인 이유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 쌓아놓은 신뢰는 표면의 모습보다 깊다. 좁혀지지 않는 협상의 갭을 줄이려면 그 표면이 아닌 이면과 거래를 시도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감축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3월 백악관에 의해 주한미군 감축 옵션이 지시됐음을 보도했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둔 미군의 배치가 조정될 것임을 미국 국방부 장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주한미군의 감축을 언급했고 국방부에 지시하여 이에 대한 실무진의 보고를 전달받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관문이다. 전략적 위치상 포기할 수 없는 입지이나 이러한 입지에 대한 병력 감축이나 철수는 이 라인의 전열 개편을 의미한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으로 방위를 함께하고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의 현실화를 이유로 해마다 분담금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아직도 타결을 보지 못한 상황이다. 뒤로는 이미 미군 감축의 실질적 배치도를 가지고 있으니 이의 시행은 시간문제이다. 대선을 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기선을 잡고 전적을 만들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조정 카드로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주한미군의 감축을 우려하며 병력 철수의 경우엔 독재정부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장관이 미군 재배치 문제를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고, 화제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예견을 참작할 때 주한미군 감축은 충분히 시사적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전년 대비 50%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과 우리나라가 제시한 13% 인상안의 갭이 커서 타결 가능성도 희박하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유세 때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의 불합리함을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방위비 분담금을 보면 이문도 남지 않는 한국에 지출되고 있는 비용을 용납할 수 없으니, 이에 타당한 비용이 추가되든가 아니면 미군의 철수가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른 가치를 주장하는 트럼프는 주변의 반대 의견도 불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어 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의 상황이 불러오는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는 이러한 리스크가 결코 작지 않다. 기업은 물론 사회에 급격하게 퍼지는 전반적 불안감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음에도 불구, 만일의 경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주 접하던 문제이고 이슈가 되었지만 지금처럼 미 국방부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악관의 지시가 있었던 점과 실무진의 검토가 완료된 보고서가 트럼프에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것처럼 미국도 세계적인 저성장 파고를 겪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위축된 경제를 살려야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해야 어려워진 살림살이의 주름이 펴진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곧 있을 대선에서 또 한번의 당선을 노리고 있는 마당이라 두드러진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급증도 무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주독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일본, 독일과 함께 한국을 지명하며 군을 철수하고 싶다는 말을 명확히 했음을 보도한 독일 신문을 언급하며 이미 미군철수의 예고편이 있었음을 밝혔다. 다른 나라의 언론을 통해 알게 됐음이 유감이지만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이 증명됐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북한의 위협 상황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의 감축을 말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앞서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새 대표로 25년 외교경력의 도나웰턴을 임명했다. 주일 미국대사관 경력도 지닌 그녀의 고용이 어떤 의미로 작동될지 모르지만 그녀는 한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미국의 방위협력과 분담금 협상을 맡았다. 동맹국들에게 현실적인 비용을 앞세워 더 많은 부담을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령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배수진 삼아 실무적 협상을 펼칠 것이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절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비를 하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넘치는 추진력 때문이다. 비용을 넘어서 이면에 작동되는 시스템의 의미를 모르면 표면적인 이유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 쌓아놓은 신뢰는 표면의 모습보다 깊다. 좁혀지지 않는 협상의 갭을 줄이려면 그 표면이 아닌 이면과 거래를 시도해야 한다.
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원문보기: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20080615551948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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