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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킥오프] 방법론 부재의 단독후보, 기득권 사수한 K리그 <언론훈수>

Jacob, Kim 2017. 1. 17. 16:15




[서호정의 킥오프] 방법론 부재의 단독후보, 기득권 사수한 K리그


[미리보는 2017년 1월 조장 선임(선거)] <잇는글>




2017년 1월 16일자




[칼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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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단독 후보 <FAphotos 자료사진>




프로축구 K리그가 새로운 선장을 찾는 데 실패했다. 1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서 유일 후보였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낙선했다. 유일 후보는 프로축구연맹 정관에 따라 선거인단인 23명 대의원(K리그 구단 대표자 21명, 대한축구협회 2명, ※충주와 고양 탈퇴, 프로축구연맹 현 총재 1표는 공정 관리를 위해 제외)의 과반수를 획득해야 한다. <12표가 필요했던 신문선 후보는 5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무효는 1표였고 반대가 17표였다. 대의원 74%가 총재 신문선의 탄생을 반대했다.>


신문선 후보는 지난 2일로 마감된 프로축구연맹 선거에 홀로 입후보했다. 6일 그 결과가 발표되면서 투표는 경쟁이 아닌 찬반 투표로 돌입했다. 프로축구 선수로서 80년대에 활약했고, 90년대에는 스타 해설위원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던 그는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 교수, 성남FC의 대표이사(2014년)로 커리어를 넓혀갔다. 총재 후보로서 기자회견을 하며 그가 내세운 모토는 “암에 걸린 프로축구의 의사 역할을 하겠다. 실사구시에 입각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였다.


기업구단을 운영하는 재벌들의 돌려막기식 스폰서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대의원들의 마음은 유일 후보에게 향하지 않았다.


5표는 신문선 후보의 이런 선거 전략이 실패였음을 여지 없이 보여준다. 12표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싸움에서 그가 던진 전략은 시·도민구단과 K리그 챌린지의 마음을 잡는 것이었다. 그는 입후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그 수익금 배분을 재편하겠다는 공약에 강조점을 뒀다. 현재 K리그는 1, 2부 리그를 합해 11개의 시·도민구단이 있다. 군경팀이지만 사실상 시가 운영하는 상주까지 포함하면(아산은 신생팀으로 대의원 제외) 정확히 12표다. 그 중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8표가 몰려 있었다. 여기에 과거부터 야당인 신문선 후보와 뜻을 같이 한 기업구단이 가세하면 충분히 세몰이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선거 당일 정견 발표하는 신문선 단독 후보 <FAphotos 자료사진>




선거 당일 정견 발표에서도 신문선 후보는 그 점을 어필했다. 그는 “충주와 고양의 탈퇴는 시·도민구단과 K리그 챌린지 구단의 재정 압박을 의미한다. 수익금 배분 비중을 그들에게로 높이겠다. 기업구단과 K리그 클래식 구단은 형의 입장으로서 양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문선 후보가 타깃으로 삼은 시·도민구단에서도 절반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


정책의 큰 틀은 잘 잡았지만 신뢰를 줄 만큼 세밀한 전략이 부재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신문선 후보가 표를 가져오기 위해 보여줘야 했던 것은 리그의 파이를 키워 수익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론의 제안이었다.> J리그가 중계권 협상으로, 프로야구 KBO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대박을 내는 것처럼 K리그에도 수익을 위한 파이를 키워야 각 구단에 돌아갈 배분이 커질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 구단들이 스포츠토토 지원금을 제외한 온전한 K리그 자체 수익금 배분은 스타 선수 한명의 연봉도 감당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것을 재정이 열악한 구단을 위해 배분 비율을 재편해 봤자 체감하는 큰 차이는 없다는 게 현장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총재가 책임지는 스폰서 금액 40억원의 향방도 실질적인 화두는 아니었다. 혁신의 방향과 취지에 동의하는 것과 구체적인 방안으로 설득하는 것은 명확한 차이다. 신문선 대표는 대의원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언론을 디테일로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과거 자신의 이력을 강조하며 일단 명함을 갖고 발로 뛰는 영업을 하겠다고 한 것은 ‘해볼 테니 일단 맡겨보라’는 식의 이상론이었다. 분석을 통한 현실 직시는 이미 리그 전체가 다양한 컨설팅과 언론의 지적으로 인지하는 부분이다. 신문선 후보의 신선함이 표로 직결되기 위해선 그것을 뛰어넘는 세부적인 새 방법론이 따라야 했지만 정견 발표까지도 그 점을 채우지 못했다.



선거 당일 정견 발표하는 신문선 단독 후보 <FAphotos 자료사진>




결론



<철학과 취지에 걸맞은 실질적 전략 부재가 신문선 후보의 패배를 자초했다면 표를 가진 K리그 구성원들은 기득권 사수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신문선 후보의 단독 출마는 K리그가 마주한 민낯과 같았다. 국내 정세와 경기 위축이 주된 이유라고는 하지만 단 1명의 기업구단 오너도 관심과 애정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K리그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명분은 땅에 떨어졌다. 과거처럼 추대 형식으로 총재를 선임하지 못한 것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자조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대의원들은 더운밥, 찬밥을 가렸다. 개혁과 변화가 줄 불안정보다는 기존 체제 유지가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임 총재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현 총재가 차기 총재 선출 전까지 임시직으로 임기를 유지'하는 연맹 정관은 단독 후보 출마의 이번 선거를 사실상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유도했다. 권오갑 현 총재는 신문선 후보가 출마하자 임기 유지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문선 후보는 이날 선거 전, 그리고 낙선 후 기자회견에서 “선거 전 상대편(권오갑 현 총재)에서 등록된 후보가 150억 원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대의원들에게 얘기했다”며 부정 행위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신문선 후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낙선한 것은 열악한 현실에 대한 불만 속에서도 개혁과 변화의 드라이브를 과감히 걸지 못하는 K리그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곳간은 비어 있는데 일단 밥을 지을 테니 무작정 부엌을 맡겨 달라는 후보와 그래도 더운밥을 찾는 대의원이 마주한 ‘웃픈’ 현실이었다.



일단 프로축구연맹은 빠른 시일 내에 추가 공고 철자를 밟고 재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5일 간의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면 재선거 모드로 돌입하게 된다. 문제는 추가 공고 기간 동안 과연 새로운 입후보자가 나올 것이냐는 점이다. 새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 권오갑 현 총재가 임시 총재로 직을 이어간다면 그 또한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글=서호정


사진=FAphotos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원문보기: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52&aid=0000000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