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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페이 춘추전국시대…지갑·신용카드가 사라진다

Jacob, Kim 2018. 9. 1. 23:22






2018년 8월 19일자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212만건 40조원 규모, 쑥쑥 성장





[기사 전문]




결제 수단을 미리 등록해두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의 바코드를 보여주는 것으로 결제가 끝나는 간편결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휴대폰에 저장된 앱을 이용해 계산하는 모습(롯데멤버스). 롯데멤버스 제공





지폐가 가득 들어 있는 두툼한 지갑이 부의 상징인 시대가 있었다. 1970년대 카드가 등장하면서 신용카드 두세 장이 꽂혀 있는 머니클럽이 새로운 성공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간편결제 시대가 열리면서 지갑도 머니클럽도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다. 99년 첫선을 보인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이용자는 2억3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시작한 ‘알리페이’의 가입자 수는 이미 9억명을 넘겼다. 알리페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세계 25개국 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도 최근 부쩍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39조9906억원에 달한다.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용 건수와 일일 사용금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47% 늘어난 212만4300건, 일일 사용금액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672억원을 기록했다. 간편결제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사, 제조사, 통신사, 유통업체들이 제각각 자체 결제 시스템을 론칭하고 ‘페이전쟁’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줄여주기 위한 제로페이까지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어 페이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페이전선’에서 유통업체들은 간편함의 극대화, 가맹점 확대, 생활밀착형 특별 서비스를 무기 삼아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2015년 7월 신세계가 선보인 ‘SSG페이’(이하 쓱페이)는 단순히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준에 그쳤던 간편결제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코드 스캐닝 한 번으로 결제와 동시에 쿠폰 할인 적용, 신세계 포인트 적립, 현금·전자 영수증 발행 등이 가능한 원스톱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쓱페이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 유통·외식업체 1만여곳에서 쓸 수 있다. 서울시 세금납부 서비스와 우체국, 제주항공 등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아파트 관리비도 납부할 수 있다. 가맹점에서 현금결제 때 생기는 잔돈을 SSG머니로 적립할 수 있는 ‘잔돈 적립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중무장한 쓱페이의 앱 설치자 수는 지난해 1월 300만명에서 올해 6월 600만명으로 배로 늘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백화점과 이마트24에서 쓱페이 결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0%나 급성장했다. 올 한 해 거래액만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신세계 측은 예상하고 있다.




유통사들이 출시한 간편결제들. 각사 제공





롯데그룹이 같은 해 9월 론칭한 ‘L.페이’(이하 엘페이)는 롯데 백화점·마트·슈퍼와 세븐일레븐 등 유통, 쇼핑부터 식음료, 레저, 보험,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교통카드 기능까지 갖춰 옴니(Omni) 쇼핑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전자결제업체 KG이니시스와 제휴해 KG이니시스 결제 시 엘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4만여곳인 엘페이 온·오프라인 제휴 사용처를 연내 11만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동의한 소비자에게만 제공하는 L.pot(엘팟)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위치 기반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로, 소비자가 엘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의 반경 20m 안을 지날 때 실시간 쿠폰과 이벤트 및 할인 정보를 보내준다. 유통업계 세계 최초로 음파(Sonic) 결제 방식을 도입해 결제를 더욱 간편하게 한 것도 장점이다. 본인 인증 후 엘페이 결제를 선택하고 POS(이하 포스)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편리함까지 더해진 엘페이의 성장속도는 가파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0% 이상 성장했다. 지난 6월 누적 결제액이 1조원을 돌파한 엘페이가 연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롯데멤버스는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몰을 기반으로 한 유통사의 간편결제도 오프라인으로 영토 확장을 꾀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2016년 론칭한 ‘스마일페이’는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비롯해 신라인터넷면세점, 인터넷 서점 ‘알라딘’, 신선식품 전문몰 ‘마켓컬리’ 등 온라인 매장은 물론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수퍼마켓,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피자헛, 패션몰인 ‘더에이몰’ ‘폴더’ 등 식품, 외식, 패션, 뷰티 등으로 가맹점 제휴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거래처 확대로 스마일페이 누적 거래액은 2017년 말 기준 10조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2014년 출시한 ‘시럽 페이’를 개편한 11번가의 11페이, 2015년 론칭한 쿠팡의 로켓페이는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을 만큼 간편함을 극대화했다. 11페이는 결제 비밀번호 여섯 자리 또는 지문·홍채 인증 등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결제액이 4조원을 돌파했다. 쿠팡은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인증과정의 필요 없이 터치 한 번에 결제가 완료되는 원터치 시스템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로켓머니로 결제하며 현금영수증이 발급돼 연말정산할 때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유통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확충에 나서는 것은 고객편의 증대와 함께 충성고객 확보에 목적이 있다. 유통사들은 자체 페이 서비스를 제공해 자사 유통망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묶어 두려는 것이다. 또 미래 사업 구상 등 전략적 차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엘페이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 장경진 과장은 17일 “현금결제에서 플라스틱 신용·체크카드 결제로 소비자들의 결제 패턴이 바뀌어 왔듯이 앞으로 모바일 기반의 결제로 소비행태가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경쟁 우위 선점을 위해 자체 페이먼트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의 소비패턴 관련 빅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타깃 마케팅과 신규 상품 및 서비스 출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3684&code=1115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