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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스관·자동차관세·이란핵…사사건건 맞붙은 미국·독일

Jacob, Kim 2019. 2. 19. 23:03







2019년 2월 17일자





금가는 대서양동맹

펜스 뮌헨안보회의서
獨·러 가스관 사업 반대
메르켈 "러시아 배제 못해"

美 수입車 관세 움직임에
"독일차가 美안보 위협이라니"





[기사 전문]







대서양 동맹의 두 축인 미국과 독일이 정면충돌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사업부터 이란 핵협상, 시리아 사태, 자동차 관세 등 외교와 무역, 에너지 분야 등 곳곳에서 첨예한 이견을 드러내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폭발한 곳은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와 이란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대립각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 여러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독일



이번 회의에서 먼저 연설에 나선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노르트 스트림2 사업 비판과 관련해 "미국 측 우려는 유럽의 전략적 위치를 약화시킨다"며 "러시아와 모든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 국가라고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은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와 천연가스 사업 협력이 절실하다. 반면 미국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등 외교 문제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러시아가 '눈엣가시'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폐기로 촉발된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도 메르켈 총리는 "이란 핵합의 유지를 지지한다"며 "중동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으로 인해 이란 핵합의가 분열되는 것에 매우 우울함을 느낀다"며 "이란은 매우 중요한 통로"라고 덧붙였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군대를 신속하게 철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지 의문"이라며 미국 측 결정에 대해 우려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이 수입자동차가 안보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독일 차가 미국에 안보 위협으로 간주된다면 우리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많은 독일 차가 미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강조했다. 수입자동차가 미국 고용을 줄인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해 "많은 부분이 붕괴될 수 있다"며 "우리는 서로 입장을 헤아려 윈윈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 "에너지 사용을 통해 우리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러시아) 노력에 저항해왔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우리의 적들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르켈 총리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미국




펜스 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유럽 동맹국들이 이란의 살인적인 혁명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란 핵합의에서 손을 뗄 때가 됐다"며 "우리와 함께 이란의 국민, 지역사회, 그리고 세계에 그들이 누려야 마땅할 평화, 안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펜스 부통령은 "이란은 세계 최고의 테러지원국"이라며 "유럽이 이란과 경제 교류를 지속하는 것은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능력을 강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이란의 핵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국제사회가 제재 해제를 결정한 '이란 핵합의' 타결을 주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5월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아울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국만을 위한 게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대외정책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시리아 철군과 관련해 "미군이 철군하더라도 이슬람국가(IS) 잔존 세력을 추적할 것"이라며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은 마지막 땅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S와 관련해 이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칼리프 국가는 이미 무너질 운명"이라며 "우리는 100% 승리한 후 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리아 내 미군 철군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이어 "유럽 동맹국이 IS 포로를 데려가라"며 "우리는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밝혔다.




독일 vs 미국




메르켈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연설 이후 양자회담을 했으나 상호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불거졌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했다"고 말했을 뿐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독일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은 누적된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ATO 국방 분담금 문제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유럽 동맹국을 압박하면서 시작된 미국의 대유럽 압박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와 이란에 대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극명히 달라지면서 대서양 동맹의 와해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참석해 메르켈 총리와 펜스 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메르켈 총리 연설에 대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반면 이방카 보좌관은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는 메르켈 총리 연설과 군중의 반응은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국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덕식 기자]







원문보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9&no=9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