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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박선호 칼럼] 우리 자신 위한 美·北 중재 나서라

Jacob, Kim 2019. 3. 11. 00:37







| '좋은 게 좋은 것(Good thing is good thing)'으로 동유럽전쟁이 종전에 들어가게 됨을 비판한 칼럼






2019년 3월 3일자





[칼럼 전문]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국 결렬됐다. 하루가 지나 미국과 북한은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영변외 더 큰 핵시설을 이야기했더니 북이 놀랐다"고 말했다. "영변만으로 경제재제 90% 이상의 해제를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게 미국측 입장이다.

북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뒤 억울하다는 듯 현지시간 자정 무렵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자신들은 경제 제재를 일부만 해제해 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앞서 북한의 한 고위 인사는 "미국 계산법을 김정은 위원장이 의아해 하신다"까지 했다.

그러자 미국은 바로 '말장난'이라고 맞받아쳤다. 회담 결렬 직후 공개된 사진에서 양국 두 정상이 웃고 있는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 이 모습이 진짜인지 모른다. 최소한 회담 결렬 원인을 놓고 다투는 미북의 모습은 그만큼 둘이 꾸었던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이(異)'가 컸었고, 아직도 크다는 걸 보여준다. '차이가 이렇게 큰 데 그동안 미북 실무진은 무슨 진전을 이뤘다는 것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 위원장을 의아하게 만든 것과 같은 이유에서 나온 의구심이다.

그동안 기대와 희망의 자기 최면에 빠져 실제 큰 차이를 간과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 지적처럼 북의 계산법과 미국의 계산법이 틀린 것이다. 굳이 유추해보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기본 조건을 서로 충족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 시작을 위해 핵실험 중단 등을 먼저 양보했으니, 이제 미국이 경제제재에서 통 큰 양보를 해야한다'라는 입장일 수 있다.

자기최면에 취해 '오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많은 전문가들이 "배드딜(Bad Deal)보다 노딜(No Deal)이 낫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만 해도 자국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트 대통령이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배드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처음 만나 "김정은 위원장은 위대한 지도자다. 북한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라고 치켜세울 때만해도 한반도 봄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독일 군사력은 해체되어야 한다

VS 소련군 침공을 잘 소화해내서 독일 나치스를 가상 역사에서나마 온존시켜보려는 상우씨 




[가상 국가 왈] 가상 역사에서 독일 군사력을 영미식으로 해편, 이 부분에서 미국은 협상장에 대놓고 자국 무기를 배치하는 것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지난 9월 이래 추구해왔던 미·영·소·독 평화회담* 역시 미·소가 거부해서 성사될 수 없었다. 다만 가상 역사에서는 실제 역사와 달리 독일 군사력을 본토를 포함 먼 후방 지역으로 후퇴시켜 보존했기 때문에 미국은 독일에게 미국 시스템을 강요할 수 없었다. 


*미·영·소·독 평화회담이라 명명한 이유는 독일이 1944년(현재 2018년) 기준으로 최강 독일군은 아니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 가상 역사에서도 독일군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쇠락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독일군이 전선 붕괴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인 히틀러의 고수 명령 없이 유연한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면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가정 하에) 독일군은 보유한 군사력을 최대한 긁어모아 최소 독일 본국은 앙면 협공에서 지켜낼 수 있었고 그에 더하여 세계 4위의 군사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 둔다. 


현재 독일은 안보주권을 주독미군 · 나토(NATO)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주창으로 논의와 편성을 거듭 중인 유럽 신속대응군에 두고 있다. 아울러 정보주권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국 영사관이 가지고 있다. 옛 서독은 독일 통일을 조건으로 미국 측이 제시한 정보주권 회복 유예 조항을 수용해야 했다. 그래서 독일 지도자 메르켈 총리 집무실도 미국 측이 합법적으로 도청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끝으로 가상 역사에서만큼은 안보주권을 절대 미국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국민들과 함께 경제적으로 좀 불편하고 - 김상우 역시 마트에서 생활하느라고 물건 사는 사람이다 - 정말로 힘들겠지만,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살아갈 지언정 군사 무력을 포기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은 '적' 의 선의에 의존하는 위장된 평화일 뿐이며 전쟁이 몇 년 미루어지는 것이지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에 가서는 소중한 우리 국민 생명을 불바다로 밀어넣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으로 결론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점에서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실리주의자였다. '회담 실패'라는 질책에 대한 부담에도 단호하게 자리를 박찼고, 차려졌던 식탁마저 걷어찼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실무진이 기자회견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회담의 진전은 있었다"고 변명을 해도, 김 위원장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왔지만, 김 위원장은 기차로 3800㎞를 달려왔다.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 김 위원장은 주 베트남 북한대사관을 찾아 함께 "만세"까지 불렀다고 한다.


미북이 다시 멀어지면서 주목받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 결렬 당일 귀국길에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해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주문이다. 북핵 문제는 미국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을 우리의 문제로 보느냐, 마느냐'에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달라진다. 북의 입장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지, 미국의 입장에서 북의 양보를 끌어낼지 역할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그동안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북 대화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하노이 회담에서 보여졌듯 실제 비핵화의 수준과 경제제재의 수준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다.

많은 국민이 한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북은 피를 나눈 민족이지만, 누구보다 우리의 실제 피를 가장 많이 흘리게 했다. 본래 형제가 더 무섭게 싸우는 법이다. 이제 정말 정부의 선택이 남았다. 미북 북핵담판, 우리는 누구를 위해 중재에 나서야 하는가? 미국이나 북한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 나서야 한다.







박선호 정경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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