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기사, 사실은/친미비중(親美非中)

[한겨레] [정의길 칼럼] 미국, 이류 국가들의 ‘맞짱’을 막을 의지 있나

Jacob, Kim 2019. 3. 11. 01:17







| 가상 독일을 2류 국가로 정의한다는 칼럼 





[문제] 다음 4개의 선택지 중 가상 독일은 미국과 서방 국가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고르시오.


① 정상 국가

② 2류 국가

③ 불량 국가

④ 왕따 국가






2019년 3월 4일자





[칼럼 전문]





미국이 자신의 패권 질서를 떠받치는 핵 독과점 체제를 유지할 계산이 있다면, 북핵 폐기의 비용은 얼마가 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미국 조야 전체가 과연 그런 전략 계산을 하는지이다.





이제 미국과 세계는 진실의 순간에 직면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냐, 아니면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를 포기할 것이냐 양자 중에 택일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보수 우파들의 주장처럼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세계는 이제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의 붕괴를 재촉할 것인가, 아니면 그 재건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 발효로 시작된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는 현재 붕괴 중이다. 핵무기가 공인된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5대 핵 강국 외에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핵 비확산 체제에 따라 핵무기나 그 개발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나 리비아 안팎에서 장탄식의 후회가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합병당하는 등 이렇게 시달리겠느냐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나토의 공습으로 무너지겠느냐고.

미국의 ‘모의 전쟁’ 전문가인 폴 브래큰 예일대 교수는 <제2차 핵 시대>에서 강대국이 핵무기를 독점한 1차 핵 시대가 끝나고, 이류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하는 2차 핵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1차 핵 시대는 “꼭 핵폭탄을 터뜨리지 않고도 핵무기를 창의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핵무기는 적의 선제공격을 단념시키거나 의사소통과 협상의 목적으로, 국가 간 동맹 강화에, 자국의 독자적인 외교노선 확보를 위해 이류 국가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제 북한이 이를 현실로 보여주는 ‘3차 핵 시대’를 알렸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이 그 극명한 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국가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 의해 묵인되거나 야기됐다는 것이다. 인도에 맞서는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파키스탄을 그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해 묵인됐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프간에서 소련 퇴치를 위해서라면 파키스탄의 핵 개발도 용인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파키스탄의 핵무장은 그 뒤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등 냉전 이후 미국의 최대 안보 현안이던 핵 확산 문제를 야기한 모델이었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를 어떻게 유지하려 하는지이다. 미국 패권 질서의 한 축은 분명 핵 무력이다. 지금 북한처럼 미국을 상대로 ‘맞짱’을 뜨는 현실이 보편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핵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 패권 질서의 또 다른 축은 군비 확충이다. 과거 소련의 붕괴를 재촉한 미국의 군비 확충은 경쟁국에 엄청난 비용과 체제 불안을 야기한다. 군비 확충엔 명분이 필요하다.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이 한국에서 사드 배치 등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구축의 명분이 되어왔다. 미국은 이제 핵 독과점 체제 붕괴를 감수하고라도 군비 확충 노선으로 나갈지, 아니면 핵 독과점 체제 유지를 위한 첫 단추인 북한 비핵화에 올인할지 선택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망을 엇갈리게 한다. 이전의 어느 행정부보다 북한 비핵화에 매진하기도 하지만, 노골적인 군비 확충 노선으로의 경도도 보인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제어하는 국제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계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군축 사상 가장 소중한 협정으로 평가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이행 중단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즉각 극초음속 미사일, 핵 추진 무인 수중 드론 등 기존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무기 개발로 응수하고 있다. 물론 군비 경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최종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핵 비확산 체제까지 허무는 군비 경쟁에서 격화될 긴장과 우발적 사고는 미국 패권 질서에 예기치 않은 구멍을 낼 것이다.

우크라이나나 리비아의 핵 폐기 모델은 실패했다. 오히려 핵 개발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북핵 폐기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제시하는 비용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신의 패권 질서를 떠받치는 핵 독과점 체제를 유지할 계산이 있다면, 북핵 폐기의 비용은 얼마가 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미국 조야 전체가 과연 그런 전략 계산을 하는지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44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