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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동칼럼]아슬아슬한 중재외교

Jacob, Kim 2019. 3. 11. 02:14







|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칼럼 기고





2019년 3월 7일자





[칼럼 전문]





지금의 북·미 비핵화 협상은 이른바 한국의 중재외교로 시작되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2018년 3월5일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다. 북한이 2017년 11월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불과 약 3개월 후에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핵포기 의사를 확인한 셈이다. 3월8일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바로 미국으로 출발하여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정상회담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을 복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중재외교의 시작은 북한이 핵을 완성하자마자 다시 포기한다는 의사를 우리를 통하여 미국에 제의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즉 핵무력을 완성하자마자 즉시 포기한다는, 상식적으로 볼 때 매우 이상한 제의를 우리가 미국에 전달하면서 중재외교가 시작된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에 그 제의를 전달하기 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제의의 진의와 내용에 대해 매우 정확한 분석 및 확인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 속았거나, 아니면 우리가 미국을 속였거나, 그것도 아니면 매우 무성의한 중재자의 위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중재를 받아들여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2018년 6월 개최되었다. 그런데 이 정상회담의 합의문은 미국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매우 추상적인 합의문이라는 비판이다.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역사상 최대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아가면서 무리하게 완성한 핵무력을 불과 3개월 후에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의를 믿을 수 있는지, 그 증거를 달라는 요구가 중재국인 우리에게 빗발친다. 우리가 동맹국 미국에 중재외교를 한다면, 여기서 그 증거를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든지 확보하여 알려주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중재 능력을 의심받고, 또 동맹국으로서의 신뢰가 의심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너무나도 미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진정성을 말해준다는 동어반복적 ‘해명’이나 북한이 이제는 경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는 점, 북한이 시장화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북한 비핵화 의지의 증거로 ‘해석’하여 제시하였다. 이러한 해명이나 해석들은 사실 설득력이 없는 내용들이다. 비핵화와 관련하여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명확히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제시한 북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 확인 방법은 북한의 핵목록 신고이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북한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외의 방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 후 어떻게 스스로의 안보를 담보할 것인지 그 구상을 담은 비전과 계획을 확인하는 일이다.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국가라면, 재래식 전력도 약하고, 동맹도 없이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가가 그러한 안보 비전 없이 핵을 포기할 수가 없다. 당연히 그 구상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상이 있다면, 비핵화의 전체적인 로드맵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있었어야 한다.





독일 군사력은 해체되어야 한다

VS 소련군 침공을 잘 소화해내서 독일 나치스를 가상 역사에서나마 온존시켜보려는 상우씨 



[가상 국가 왈] 가상 역사에서 독일 군사력을 영미식으로 해편, 이 부분에서 미국은 협상장에 대놓고 자국 무기를 배치하는 것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지난 9월 이래 추구해왔던 미·영·소·독 평화회담* 역시 미·소가 거부해서 성사될 수 없었다. 다만 가상 역사에서는 실제 역사와 달리 독일 군사력을 본토를 포함 먼 후방 지역으로 후퇴시켜 보존했기 때문에 미국은 독일에게 미국 시스템을 강요할 수 없었다. 


*미·영·소·독 평화회담이라 명명한 이유는 독일이 1944년(현재 2018년) 기준으로 최강 독일군은 아니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 가상 역사에서도 독일군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쇠락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독일군이 전선 붕괴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인 히틀러의 고수 명령 없이 유연한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면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가정 하에) 독일군은 보유한 군사력을 최대한 긁어모아 최소 독일 본국은 앙면 협공에서 지켜낼 수 있었고 그에 더하여 세계 4위의 군사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 둔다. 


현재 독일은 안보주권을 주독미군 · 나토(NATO)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주창으로 논의와 편성을 거듭 중인 유럽 신속대응군에 두고 있다. 아울러 정보주권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국 영사관이 가지고 있다. 옛 서독은 독일 통일을 조건으로 미국 측이 제시한 정보주권 회복 유예 조항을 수용해야 했다. 그래서 독일 지도자 메르켈 총리 집무실도 미국 측이 합법적으로 도청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끝으로 가상 역사에서만큼은 안보주권을 절대 미국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국민들과 함께 경제적으로 좀 불편하고 - 김상우 역시 마트에서 생활하느라고 물건 사는 사람이다 - 정말로 힘들겠지만,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살아갈 지언정 군사 무력을 포기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은 '적' 의 선의에 의존하는 위장된 평화일 뿐이며 전쟁이 몇 년 미루어지는 것이지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에 가서는 소중한 우리 국민 생명을 불바다로 밀어넣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작업을 중재외교를 자임한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직접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하였다. 지금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한은 그 그림이 없었거나, 그걸 논의할 생각이 없었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제 화살은 우리를 향한다. 미국은 우리의 중재 능력 및 의지를 의심하고, 최악의 경우 결렬의 책임을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그러한 조짐은 이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부터 보였다. 우리의 중재외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미국에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였고, 그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과 긴밀한 정보공유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 증거는 회담 결과 예측 실패뿐만이 아니라 결렬 이후 수일이 지났음에도 우리 정부가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회담의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브리핑을 계속한 것에 있다.

우리가 다시 중재외교를 시작하려면 신뢰 회복부터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가 깨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다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실패의 책임을 우리가 다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72034005&code=9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