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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자료] 미국과 동맹 이완·러시아 위협 증폭…나토 ‘미래설계 고민’

Jacob, Kim 2019. 4. 9. 01:32






2019년 4월 2일자





ㆍ창설 70주년 ‘세계 최대 안보동맹’ 나토의 앞날은
ㆍ미국, 국방비 총합의 33% 차지…회원국들에 증액 요구
ㆍ유럽군 창설, 정치적 의지 있어도 국방비 마련은 어려워
ㆍ미국도 다른 대안 없어 나토의 역할 오히려 확대 가능성





[기사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12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브뤼셀 | A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출범시킨 북대서양조약이 오는 4일 체결 70주년을 맞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소련 냉전이 본격화되던 1949년 4월4일 미국 워싱턴에서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유럽은 나토가 제공한 방어막 뒤에서 경제적 번영을 일굴 수 있었다. 나토는 냉전 종식으로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21세기 들어 테러리즘·사이버 공격·대량살상무기(WMD) 확산·기후변화 등 새로운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러시아의 위협 증가는 나토가 직면한 도전 과제다.




■ 냉전이 낳은 세계 최대 안보동맹



나토는 3~4일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창설 70주년을 기념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대러시아 관계,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토의 역할,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2차 대전과 냉전의 산물이다. 3000만명 이상 사망한 2차 대전을 경험한 미국과 유럽은 집단안보 체제를 통해 독일의 호전적 민족주의와 군사주의 재발흥을 억제하고 소련의 위협에 맞서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이 ‘마셜플랜’으로 유럽의 경제 부흥을 도왔다면, 나토는 유럽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으로서도 대서양 건너 유럽의 안정과 평화는 사활적 이익에 속했다.

창립 당시 회원국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등 12개국이었다. 나토의 근간인 북대서양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그것을 전체 체결국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 사회주의권은 1955년 바르샤바조약기구(WTO)를 출범시켜 유럽의 냉전 구도가 고착됐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됐지만 나토는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에 문호를 개방했다. 나토가 실제 군사작전을 수행한 주요 사례도 냉전 종식 이후에 몰려 있다. 나토는 1990년대에 코소보 등 발칸 지역 분쟁에 개입했으며, 2011년 리비아 사태 개입, 지중해 대테러 활동, 소말리아 해적 퇴치 등의 활동을 펼쳤다. 북대서양조약 5조가 실제로 발효된 것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유일했다.




■ 나토가 직면한 도전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대서양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방위비를 너무 적게 낸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까지 올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이 불균형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토는 2014년 정상회의에서 국방예산을 GDP 대비 2%까지 책정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이를 지킨 나라는 29개 회원국 중 미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영국, 라트비아 등 5개국에 불과했다. 특히 유럽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202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1.5%로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나토의 전체 국방비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8%에서 2018년 33%까지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이 공격을 당했을 때 북대서양조약 5조에 따라 군사 지원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불만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참모들에게 수차례 말했다고 보도했다.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지난 1월 독일 푼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수십년 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보호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이 보호는 더 이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확장은 나토가 직면한 실질적 위협이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7년 적대 관계를 청산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낙후된 무기체계 정비와 군 현대화를 통해 공격형 기동군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무력 침공에 이어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라는 군축 체제 붕괴는 유럽 국가들의 불안 요소다. 미·소가 1987년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5500㎞ 지상 발사 미사일을 폐기시켜 유럽에 대한 소련의 핵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다. 미국이 러시아의 조약 준수 위반을 이유로 지난 2월 탈퇴를 선언하자 러시아도 탈퇴를 선언했다. INF는 오는 8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먼저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할 의사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유럽에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미국을 겨냥한 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INF 탈퇴 배경에는 중국의 미사일 능력 제고도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유럽은 이제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미국이 중국을 억지하겠다며 유럽을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 유럽군 창설 구상도 나오지만



유럽 일부 국가들은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지난해 11월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덴마크,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9개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유럽연합(EU) 차원의 군대 창설 방안을 논의했다. 나토 비회원국인 핀란드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러시아와 중국, 경우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진정한 유럽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군 창설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면서 “나토에 공평한 분담금이나 내라”고 트위터에 썼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EU가 유럽군을 만들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나토 동맹 약화 조짐을 반겼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이 나토 없이 무사할 수 있다는 어떠한 인식도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유럽군 창설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나토 가이드라인인 GDP 대비 2% 국방비 책정이라는 목표도 채우지 못하는 유럽 국가들이 유럽군을 위해 국방비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핵우산에서 빠져나올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할 프랑스는 이를 감당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

미국으로서도 러시아 위협 억제와 중동·아프리카 패권 유지를 위해 나토가 여전히 필요하다. 미국은 2014년 유럽억지계획(EDI)에 1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유럽 방위 노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2017년 34억달러, 2018년 47억달러, 2019년 65억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은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유럽에 최대 40만명의 병력을 주둔시켰지만 현재 6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현재 나토 회원국별 병력 규모는 미국이 131만4000명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터키(38만6000명)와 프랑스(20만8000명)가 2·3위이고, 독일·이탈리아·영국·스페인·폴란드·그리스 등이 10만명 수준이다. 나머지 회원국들은 10만명 이하 규모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유럽 안보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으나 행동에 있어서는 유럽 안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나토는 앞으로도 동맹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나토의 역할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힘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고 방어한다는 핵심 임무를 중심으로 단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4022139005&code=97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