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6일자
[기사 전문]
미-러 두 ‘핵 강국’을 포괄하는 군축 협정은 있었지만
미-중-러 3국을 포괄하는 새 협정 시도는 처음
성공하면 ‘신 냉전’ 흐름 뒤바꾸는 획기적 전진될 듯
강대국 간 상호 신뢰와 시간 부족해 조기 성과 난망
미 전문가 “큰 욕심보다 2021년 만료되는 기존 협정 연장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후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대체하는 미-중-러 3자를 포괄하는 ‘새 핵군축 협정’을 준비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개국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군축안을 합의하는데 긴 시간과 뼈를 깎는 외교적 노력이 소요될 것이 뻔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익명의 미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은 좀 더 많은 종류의 (핵)무기를 군축 협정에 포함시키고,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 등) 더 많은 나라를 포괄하는 야심적인 무기 통제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노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2020년 11월에 끝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냉전 막바지인 1987년 옛 소련과 500~5500㎞ 범위의 미사일 보유·제조·실험 등을 금지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1991년엔 실전에 배치된 핵탄두와 운반수단의 수량을 제한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2010년 4월 연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포괄하는 3자 간 핵군축 협정을 맺어본 경험은 없다. 이 핵군축 협정이 체결되면 최근 가속화하는 ‘신 냉전’의 흐름을 뒤바꿀 획기적인 전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고도의 전략적 합의를 이뤄내기에 미-중-러 3개국 사이의 상호 신뢰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핵 무기를 제조·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핵군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4일엔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를 앞에 두고 “러시아와 중국과 미국은 모두 핵무기를 포함해 수천억달러 어치의 무기를 만들고 있다. 이는 우스운 짓이다. 나는 중국, 러시아도 핵군축 노력에) 함께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0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2021년 2월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뒤를 잇는 “단단한 무기 통제를 위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 중국도 새 조약에는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양대 핵강국인 미-러가 자신들의 핵군축 논의에 “우리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미-러는 각각 6500개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보유량은 280개 정도로 추정된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의 파기 논의를 주도하고, 최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들의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은 “러시아와 구속력 있는 합의를 위한 새롭고 복잡한 협상을 할만한 시간은 물론 신뢰도 부족하다”며 새 협정에 욕심을 내기보다 우선 “기존 협정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916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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