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1945/통일과 현대의 독일

[경향신문] 성과 없는 ‘중도’에 실망한 유럽, 양극의 선명함 택했다

Jacob, Kim 2019. 5. 29. 23:46







2019년 5월 27일자





ㆍ극우·녹색당 약진…유럽 정치 ‘지각 변동’
ㆍ보수적 유권자는 극우, 진보적 유권자는 녹색당에 끌려
ㆍ영국·프랑스·이탈리아, 극우 ‘1위’…반EU통합파 23%나
ㆍ중도 그룹, 친EU 자유민주동맹·녹색당 등과 손잡을 듯





[기사 전문]





유럽 정치를 중도 좌·우파가 주도하던 시대가 무너졌다. 그 자리에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극우정당과 녹색당이 치고 올라왔다. 지난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는 이렇게 요약된다. 중도의 퇴조, 극우의 약진이라는 최근 유럽 각국 선거의 흐름이 5년 만에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확인된 셈이다. 유럽통합파 입장에선 극우의 공세로부터 통합의 구심력을 지켜내고 기후변화 대책 등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극우정당은 유럽 정치 무대의 한복판에 들어왔다. 독일을 제외하고 의석수가 가장 많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극우정당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의회의 27일 오전 개표 상황에서 영국 브렉시트당은 31.7%로 최다 득표율을 얻었다. 전신인 영국독립당(UKIP)이 26.8%를 득표해 ‘극우’ 돌풍을 일으켰던 2014년 선거보다도 4.9%포인트 올랐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집권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을 눌렀다.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동맹당이 33.6%로 1위를 했다.

유럽의회는 극우정당 그룹인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직접민주주의의유럽(EFDD)의 점유율이 현재 10.4%에서 15.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반유럽통합 성향 유럽보수개혁(ECR) 그룹을 합치면 점유율이 22.8%로 올라간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에서도 1위다. 유럽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극우정당은 최근 몇년 사이 꾸준히 세를 불려왔다. 중도파 기성정당이 난민 위기와 실업, 저성장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권자들이 실망하는 틈을 파고들었다. 반이민 이외에 공통분모가 없어 뭉치기 힘들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부터 극우정당 통합을 추진 중이다. 현재 EFDD에 속한 브렉시트당도 통합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극우정당이면서도 다른 정치 그룹에 속한 헝가리의 피데스와 폴란드의 법과정의당 등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유럽 녹색당(Greens/EFA) 그룹은 현재 52석에서 69석으로 17석을 더 늘렸다. 녹색당은 독일(20.7%), 아일랜드(15.0%), 프랑스(13.2%) 등에서 약진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녹색당 그룹의 스카 켈러 공동대표는 “녹색 물결이 전 유럽에 퍼졌다. 환상적인 결과”라며 환호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정치적 선명성이 유권자의 호응을 받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기성정당에 실망한 보수적 유권자는 극우로, 진보적 유권자는 녹색당으로 지지를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진보적 유권자들이 이민 문제에 대한 녹색당의 인간적인 접근과 기후변화 위기 등 실존적 문제에 대한 선명한 입장에 이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와 녹색당의 지분이 커지면서 유럽의회의 정치 문법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극우정당은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하고 EU 관료들로부터 각국으로 주도권을 넘기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우파·중도좌파 그룹은 107석을 얻어 제3당으로 부상한 자유주의 성향 유럽자유민주(ALDE) 그룹과 녹색당 그룹에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극우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지금부터는 강한 EU를 원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272135005&code=97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