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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미사일과 방사포, 북한의 치밀한 혼란 작전

Jacob, Kim 2019. 8. 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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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7일자





[칼럼 전문]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북한은 처음부터 ‘혼란작전’을 준비했던 것 같다.

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중단됐던 미사일 시험발사를 북한이 재개한 게 5월 4일이었다. 출발은 ‘섞어 쏘기’였다. 이날 북한은 미사일만 쏜 게 아니었다. 강원도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서 쐈다. 다음날인 5일 북한이 공개한 사진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보이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장면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북한은 미사일을 놓곤 ‘전술유도무기’라고 표현했다.

② 다음은 그달 9일의 ‘함께 쏘기’다. 군 당국은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쏜 것으로 추정했는데 북한이 다음 날인 10일 공개한 사진엔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는 물론 방사포 시험 발사와 자주포 사격 장면도 포함됐다.

군은 전날 왜 방사포 시험 발사를 함께 알리지 않았는지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자주포의 사격 장소와 시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은 동해로 쐈는데 방사포는 서해로 쐈다는 얘기다. 이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쏘는 ‘섞어 쏘기’와는 좀 다르다. 





③ 그러다 북한은 7월 25일엔 ‘따로 쏘기’를 한다. 단거리 미사일만 쐈다. 미사일 2발을 동해 쪽으로 날렸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밝혔다. 정부 단위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탄도 미사일’로 규정한 건 이때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은 다음날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발표했다. 즉 앞서 거론했던 ‘전술유도무기’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5월 4일 시험발사로 성능 시험을 했던 단거리 탄도 미사일임을 슬쩍 시사한 셈이다.

④ 그런데 7월 31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이날 또 2발을 쐈고, 군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 방사포를 쐈다면서 사진까지 공개했다. 원통형 관에서 여러 발이 동시 발사되는 방사포와 한 발을 공중으로 쏘는 탄도 미사일은 발사대 외양이 다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군 당국은 미사일과 방사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된다.

⑤ 북한은 이달 2일에도 2발을 쐈는데 북한은 또 방사포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6일에도 쐈고, 군 당국은 역시 이번에도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했다.

요약하면 북한은 처음엔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서 쏘고, 다음엔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사진을 함께 공개하더니, 이후 미사일만 쐈다. 그리곤 뭔가를 쏜 뒤 한·미 당국이 미사일이라고 하자 방사포라며 치고 들어왔다. 





군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방사포 성능이 개량되면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방사포의 구분이 예전만큼 쉽지 않아졌다고 한다. 방사포 속도가 탄도 미사일에 버금갈 정도로 빨라진 경우가 있는 데다 탄도 미사일 역시 종말 단계에서 단순 포물선인 탄도 궤도를 그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다. 하지만 한 방 무기인 탄도 미사일과 수십 발, 많게는 수백 발을 함께 쏘는 방사포를 구분하지 못하면 한반도 방어 체계에서 심각한 허점이다.

5월 4일 북한이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서 쐈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이 뭔가를 노리고 있다고 봤다. 북한이 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초기 분석에 혼란을 주면서, 한·미가 어떻게 발표하는지를 보고 한·미의 탐지 능력을 가늠하려는 시도로 봤다.

열린 사회가 아닌 전체주의 체제에선 대내외 선전선동이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미사일 성능 개량 실험만 한 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혼란 전술을 충분히 구사했다. 





채병건 국제외교안보팀장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545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