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일자
[기사 전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칼럼 연속기고(5)
9월 10일 미국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서 해임되었다. 9월 초중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9월 하순 미국 민주당은 탄핵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이들 3개 사건은 미·북 회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많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금도 예측이 쉽지 않은 한반도 상황은 보다 더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볼턴의 해임으로 인해 미국이 '스몰 딜'로 알려진 부분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스몰 딜'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대북 제재 완화를 승인하고 북한 측은 영변 등의 핵시설 일부를 동결 또는 철거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타협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첫 단계'로 선전될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할 생각이 아예 없으므로 사실상 '북핵 관리를 위한 조치'로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볼턴은 북한과의 핵 관리 회담을 시작하는 것은 북한을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몰 딜'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의 시작을 한동안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방식도, 북핵에 대한 우려감도 볼턴과 매우 다른 미국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보좌관을 쫓아냈다. 이제 볼턴이라는 브레이크가 없어진 상황에서 스몰 딜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몰 딜은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한반도에서 당장 긴장이 고조되지 않게 할 수는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스몰 딜'로 가는 길에서, '볼턴'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지자마자 '탄핵 위험'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에 성공할지 매우 의심스러운데, 탄핵 절차가 개시된 것 자체는 트럼프가 외교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성격과 그의 객관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그는 탄핵 세력과 격렬한 투쟁에 빠지고 그의 머릿속에서 한반도에 대한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스몰 딜과 같은 외교 업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재선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 때문에 '스몰 딜'이 이루어질 전망도 없고, 대북 제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 금년 말까지 미국과의 타협을 기다리고, 아무 변화가 없다면 정치 노선을 바꾸겠다고 한 김정은 정권은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까?
얼마 전까지 북한은 트럼프에 대해 공포가 많았다. 2017년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던 트럼프는, 전례 없이 위험한 미국 대통령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벌써 옛날이야기다. 트럼프는 매우 시끄럽고 위협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단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몇 년 전부터 많이 위협해 온 이란은, 최근에 매우 중요한 군사 도발을 여러 차례 했는데, 트럼프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이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 북한 결정권자들은 트럼프가 어쩌면 종이호랑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논리적인 다음 행동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닐까? 북한 측은 제재 완화 등의 양보를 받지 못한다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통해 더 위협적인 군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미국 측이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이 도발의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이 될 수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서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도 교훈을 주면 좋다.
그 때문에 2020년은, 2017년과 같은 위기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것은 세계 정치의 흐름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10/782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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